29살, 그 어느 때보다도 실패의 쓴맛이 더하고 매 순간 불안하다.
파란만장한 3명의 청춘 얘기를 그린 영화 ‘청춘그루브’는 제작된 지 4년 만에 5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청춘그루브’는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소재로 고달픈 20대들의 꿈과 사랑을 강렬한 템포에 맞춰 유쾌하고 리드미컬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이 영화를 ‘음악영화’ 내지 ‘힙합영화’라고 딱히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음악은 소재일 뿐 30살을 바라보고 있는 20대 마지막 청춘들의 씁쓸한 성장통을 그린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극중 등장하는 힙합세계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MC이자 음악 프로듀싱까지 담당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룹이 해체되면서 패배한 리더로서의 자격지심에 사로잡힌 창대(봉태규 분), 수려한 외모와 실력을 바탕으로 국내 언더그라운드 최정상의 자리를 군림하다 우연한 기회에 기획사로부터 캐스팅되며 멤버들을 배신해 갈등을 유발하는 민수(이영훈 분)가 바로 우리 청춘의 자화상이다.
20대의 얘기를 가장 과감하고 거칠게 표현한 봉태규과 이영훈, 곽지민의 연기는 청춘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하지만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아 불안한 미래를 맞아야 하고 서로 간에 생긴 오해와 불신으로 갈등의 골은 깊어져 도무지 관계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변성현 감독은 “미성숙하지만 솔직한 청춘 얘기를 하고 싶었다”며 “20에서 30살로 넘어가는 인물들의 얘기인데 청춘이라고 하기에는 늦은 나이일 수 있지만 미성숙하고 솔직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오해들과 철들지 않은 아이들의 욕망, 사랑 안에서 일어나는 얘기를 그렸다”고 설명했다.
꿈을 이루면 성공이라 하고 현실과 타협하면 실패한 삶이라고 말하지만 각자의 인생을 걸어가는 나름의 방식이 있고 또한 그것을 무엇이다라고 정의할 수 없다. 삶이 고단하고 인생이 답답해 가슴을 칠지언정 그것이 우리네 청춘이다.
불안하고 불안정하기만한 29살의 인생, 이들에게 위로와 대안이 돼줄 수 있는 영화가 ‘청춘그루브’가 아닐까.
한편 국내 최초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소재로 실제 힙합씬을 리얼하게 담은 ‘청춘그루브’는 언더그라운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3인조 힙합그룹 램페이지스가 멤버의 배신으로 해체한지 3년 만에 숨겨진 영상이 유출되는 사건으로 재회하며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는 15일 개봉.
kangs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