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기엔 너무 커버린 자신의 수제자를 바라보는 심정이 이런 것일까. 아르센 웽거 감독이 올 시즌 명실상부한 아스날의 리더로 자리 잡은 로빈 반 페르시(29, 네덜란드)에 대해 복잡한 마음을 표현했다.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 아스날은 팀의 간판이던 세스크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와 사미르 나스리(맨체스터 시티)를 잃으며 큰 위기에 봉착했다. 결국 그 공백이 여실히 드러나며 올 시즌 역시 리그 우승이 좌절된 데 이어 챔피언스리그 진출의 마지노선인 톱4 수성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 아스날은 로빈 반 페르시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어느새 4위까지 치고 올라오며 내년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실제 반 페르시는 올 시즌 리그에서만 27경기에 나서 25골에 9도움을 기록하고 있으며 시즌 전체로는 36경기에 나서 31골을 터트리고 있다. 시즌 내 활약상이야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4위 추격의 분수령이었던 지난주 리버풀전에서도 반 페르시는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리며 아스날에 귀중한 승점 3점을 안겼다.
그러나 어느새 팀의 절대적인 리더로 자리 잡은 반 페르시에 대한 ‘스승’ 웽거 감독의 마음은 행복하면서도 착잡하기만 하다. 지난 2004년 입단 이후 이제 계약 만료가 18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재계약에 대해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웽거 감독으로서는 붙잡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그러기엔 반 페르시는 너무 큰 존재가 됐다.
웽거 감독은 이에 대해 지난 5일(한국시간) 영국의 텔레그라프를 통해 반 페르시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반 페르시를 지키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서도 “2004년 처음 아스날에 왔을 때 수줍은 소년이었는데 어느새 팀의 리더가 될 만큼 성장한 것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그는 매 경기 득점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도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축구선수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성숙했다는 점에서 반 페르시는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라면서 자신의 수제자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 시즌 이후로 아스날과의 재계약 협상 테이블을 미뤄 놓은 반 페르시는 현재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 등 빅클럽들의 영입 리스트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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