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이탈' 김기태, 신임 감독 사상 최대 '악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3.06 19: 01

불운도 이런 불운이 없다. 시작도 하기 전에 난파하기 직전이다. 현역 최연소 사령탑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LG 김기태(43) 감독도 난감하다. 연이은 불행에 할 말을 잃었다.
LG는 6일 경기조작 혐의가 확인된 투수 박현준(26)·김성현(23)의 퇴출을 공식 발표했다. LG 구단은 "사법적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지만 팬들의 신뢰를 저버린 선수들은 더 이상 그라운드에 설 수 없다는 판단"이라며 "향후 사법적 결과에 따라 KBO에 영구제명하는 조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박현준·김성현을 조금이라도 전력에 여지를 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로써 LG는 주력투수 2명을 어떠한 이득없이 잃어버렸다. 오히려 초유의 경기조작 파문으로 팀 분위기만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프로야구 최장 9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LG의 신임 김기태 감독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내부 전력을 키워내는 것도 문제이지만 뒤숭숭해진 팀 분위기를 어떻게 쇄신하면서 끌어올릴 것인지도 큰 과제다.

사실 김 감독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이미 지나간 것처럼 보였다. 지난해 FA 시장에서 송신영·조인성·이택근 등 핵심 선수 3명이 모두 다 이적했다. 마무리투수와 포수 그리고 중심타자를 한꺼번에 잃었다. 당시 김 감독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의 보상선수로 만 23세 이하 젊은 선수들로 지명하며 리빌딩에 의지를 보였다. 김 감독은 "오늘만 야구 하는게 아니다"며 초보감독답지 않은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3개월도 지나지 않아 경기조작 쓰나미가 LG를 덮쳤다. 김 감독의 리빌딩에 박현준-김성현은 핵심 선수들이었다. 박현준은 지난해 팀 내 최다 13승을 거둔 뉴 에이스였고, 김성현은 최고 155km 강속구까지 뿌린 적 있는 파이어볼러였다. 김 감독이 말하는 '오늘이 아닌 내일'을 위해 LG에 반드시 필요한 투수들이 박현준과 김성현이었다. 그러나 검은 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그들에게 더 이상 내일은 없다.
김 감독으로서는 지난해 1군 선수 중 무려 5명 잃은 채 첫 시즌을 치르게 됐다. 지금껏 프로야구에는 불행한 감독들이 더러 있었다. 가까운 예로 2009년말 부임과 함께 김태균·이범호·토마스에 2010시즌 중 송광민까지 잃은 한화 한대화 감독과 2006년 말 무너져가는 현대호를 끌어안고 마지막을 함께 한 김시진 감독이 그랬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처럼 1군 선수 5명 이탈에 팀 분위기까지 파장이 된 수준은 아니었다. 오늘도 내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지금껏 이처럼 불행한 감독은 없었다. 첫 해부터 김 감독은 아주 험난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과연 불행을 넘어 난파 직전의 LG를 되살릴 수 있을까. 김 감독의 리더십에 LG의 운명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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