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3학년 시절 그는 청소년 대표팀 에이스로 최고 154km를 던지며 해외 스카우트들의 주목까지 받았고 고교생 신분으로 야구 월드컵 대표로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데뷔 후 제구난에 허리 부상이 겹치며 기대치가 굉장히 떨어졌던 유망주. 프로 5년차 좌완 진야곱(23. 두산 베어스)이 다시 어깨를 힘차게 휘둘렀다.
진야곱은 지난 6일 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현 가모이케 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홍상삼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등판, 4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탈삼진 1개, 사사구 3개) 노히트 피칭으로 호투했다. 팀이 1-10으로 완패한 가운데 진야곱의 호투는 이날 경기서 두산의 위안거리였다.
성남고를 졸업하고 2008년 두산에 1차 지명(계약금 2억원)으로 입단한 진야곱은 입단 계약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2007년 7월 대만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서 진야곱은 최고 154km의 직구를 구사하는 등 그 대회에서 대만 황즈룽(요미우리)과 함께 가장 주목받은 에이스였다. 2007년 11월에는 정찬헌(LG, 공익근무 중)과 함께 야구 월드컵 성인 대표팀의 유이한 고교생 신분 투수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나 진야곱은 데뷔 이후 예상만큼 좋은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첫 해인 2008년 44경기 2승 1홀드 평균자책점 4.45로 경험을 쌓았다는 데 만족했던 진야곱은 2009시즌 초반 좌완 선발로 기대를 모으며 7경기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2.03을 기록했다. 그러나 비로소 호투를 보여주려던 순간 허리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10년 KIA와의 개막전 이후 진야곱은 1군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지난해 2군에서만 출장해 15경기 1승 2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96을 기록한 진야곱. 팀에서는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 발목 잡혔던 진야곱에게 현역 군입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를 버리려던 순간 구위가 살아나며 미야자키 교육리그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골머리를 앓게 했던 허리 통증도 어느 순간 사라졌다.
김진욱 감독은 2군 투수-재활코치 시절 진야곱의 힘든 시기를 자주 봤던 만큼 오히려 강한 어조로 진야곱을 다그치고자 한다. 미국 애리조나 1차 전지훈련서도 진야곱은 불펜투구 시 팀 내 투수들 중 가장 좋은 구위를 보여줬으나 김 감독은 "내 머릿 속 야곱이의 기대치는 0이다"라며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정말 고려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어렵게 부상 질곡에서 벗어난 유망주에게 시즌 전부터 미리 헛된 기대를 심어주지 않기 위해 냉정을 유지한 것이다.
예전의 진야곱은 마치 새색시처럼 수줍은 모습을 자주 보였다. 여기에 오랫동안 허리 부상이 이어지며 그나마 남았던 자신감마저 크게 떨어졌던 진야곱이다. 그만큼 팀 내에서는 진야곱에게 쉬는 시간 노래와 춤을 시키는 등 자신감을 키워주려 노력 중이다. 싸울 줄 아는 긍정적 마인드의 투수가 얼마나 팀에 도움을 주는 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후 진야곱은 "경기 초반 초구부터 2구 연속 볼이 나온 뒤가운데로 던지려는 제구에 신경을 썼다. 그 이후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가 쉽게 나오면서 경기를 잘 풀어갈 수 있었고 무엇보다 우리 야수들의 수비가 너무 좋았다. 야수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도망가는 투구를 펼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섰고 야수들이 잇단 범타 처리로 자신감을 높여줬다는 데 대해 감사를 표한 진야곱이다.
애리조나 전지훈련 당시 진야곱은 "팀 내 좌완 기근 현상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 스스로에게도 커다란 자극이 되었다. 그동안 제대로 활약을 펼치지 못했는데 올 시즌 팀에 보탬이 되면서 '두산 좌완 빈곤 현상을 진야곱이 해결했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라며 당찬 포부를 이야기했다. 보다 건강한 몸과 마인드로 2012년을 준비 중인 진야곱이 과연 두산표 좌완의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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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