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조작, 각성의 계기 되어야 한다" 자성의 목소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3.07 06: 38

"각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스포츠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한 조작. 승부조작이든 경기조작이든 조작은 조작이다. 죄질과 경중을 따질 필요없이 스포츠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사상 유례 없는 최악의 스캔들로 프로야구는 휘청이고 있다. 야구계도 "각성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자성의 목소리들을 높이고 있다.
경기조작 혐의가 확인된 LG 투수 박현준(26)·김성현(23)은 영구제명 직전까지 왔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두 선수의 일시 자격 정지를 선언한 이튿날 그들의 소속팀 LG도 두 선수의 퇴출과 함께 향후 사법적 결과에 따라 KBO에 영구제명까지 요청할 의사를 밝혔다. 이제 20대 중반의 앞날 밝은 그들이지만 스포츠와 야구를 기만한 대가는 참혹한 수준이다.

사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두 투수의 경기조작 혐의가 드러난 경기에서 1회 볼넷을 얻어낸 모 타자는 "그런 낌새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원래 선발투수들은 1회에 흔들리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나는 살아나가려 애쓰는데 고의로 볼을 던질 줄은 전혀 몰랐다"며 허탈해 했다. 아군 뿐만 아니라 적군마저도 기만한 행위였다.
한 야구인은 "선수들이 운동만 하다 보니 완전 범죄가 가능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끝낼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며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만큼 감독과 코치들뿐만 아니라 구단에서도 교육을 해야 한다. 규제를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 일을 통해 모든 야구인들이 각성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야구는 경기조작 파문이 터지기 전에도 몇 차례 스캔들에 휘말렸다. 2004년 말 프로야구를 강타한 병역 비리 사건은 관련 선수들의 집단 구속으로 각성의 계기가 됐다. 그러나 2008년 수억원대 인터넷 불법 도박 파문과 2009년 은퇴선수의 폭로로 의구심을 낳은 금지약물 복용 문제는 솜방망이 처벌에 제대로 파헤치지도 못한 채 어물쩡하며 넘어갔다.
경기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대구지방검찰청은 다음주께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 그러나 박은석 대구지검 2차장 검사는 "수사 결과를 발표해도 수사가 완전히 끝났다곤 볼 수 없다. 언제든 범죄 혐의를 인정할 만한 뚜렷한 단서가 포착되면 언제든 다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KBO도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과 불법행위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더 투명하고 공정한 프로야구를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경기조작의 뿌리를 뽑고 그 위험성을 인식시킬 수 있는 KBO와 구단들의 후속 조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진정한 각성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말뿐인 뒷처리만으로는 어불성설이다. 단순히 "열심히 하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유혹받지 말라"는 면담 조치로는 한계가 있다. 검은 손의 유혹을 애초에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와 선수들의 인식 변화 없이는 제2의 경기조작 사태가 언제 어떻게 또 다시 고개를 들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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