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장가에는 현란한 영상으로 관객들의 눈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포진해있다.
CG(특수효과)의 집약체라 할 수 있는 ‘존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 ‘크로니클’, ‘타이탄의 분노’ 등과 같은 블록버스터부터 ‘액트 오브 밸러: 최정예 특수부대’, ‘밀레니엄2: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더 그레이’와 같은 화려한 액션물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시각적 이미지를 최대화시킨 영화들이 개봉하고 있는 가운데 ‘언터처블: 1%의 우정’(이하 언터처블)과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 ‘아티스트’와 같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주목받고 있다.

‘아바타’와 같이 기술적 성취를 보여주는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관객들은 몇 년간 이어온 이 같은 영화들에 지쳐있다.
‘범죄와의 전쟁’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아티스트’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5관왕을, ‘언터처블’이 프랑스 현지에서 ‘아바타’, ‘트랜스포머’ 등을 제치고 프랑스 역대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한 것이 하나의 방증이라 볼 수 있겠다.
관객들은 추억을 회상하며 향수에 잠기게 하고 감정에 호소하며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영화를 찾고 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범죄와의 전쟁’은 40~50대의 향수를 자극하며 관객들을 끌어모았다. 또한 가족을 위해, 성공을 위해 반달로 살아야 했던 최익현(최민식 분)의 모습을 통해 시대의 아버지상을 실감나게 그려내 우리네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아티스트’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5관왕에 오른 것은 전 세계 영화계에 큰 충격을 줬다. 21세기 최초로 대사 없이 음악만 나오는 흑백영화 ‘아티스트’는 1920~3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최고의 스타였던 남자 배우와 신인 여배우의 운명적 사랑을 그렸다.
남녀의 러브스토리 그린 단순한 소재와 1920년대의 촬영 방식을 고집한 것까지 아날로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오는 22일 개봉을 앞둔 ‘언터처블’은 불의의 사고로 24시간 내내 돌봐주는 손길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전신불구의 상위 1% 백만장자 필립(프랑수아 클루제 분)와 어느 날 우연히, 가진 것이라곤 건강한 신체가 전부인 하위 1% 무일푼 백수 드리스(오마 사이 분)를 만나 나누는 특별한 우정을 담았다.
‘언터처블’에는 ‘아티스트’, ‘범죄와의 전쟁’과 마찬가지로 특수효과를 볼 수 없다. 인간 대 인간의 깊은 교감을 표현했다. 필립과 드리스의 우정은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고 때로는 눈물샘을 자극한다.
엄청난 스케일의 사건이 아닌 오로지 두 사람이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가슴에 큰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사람 간의 마음의 스킨십과 감성을 깨우는 ‘언터처블’, ‘아티스트’, ‘범죄와의 전쟁’과 같은 영화를 통해 각박한 세상을 잠시나마 잊어 보는 건 어떨까.
kangs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