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희선 인턴기자] "타이밍이 좋지 않다는 말에는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결코 승점을 위한 꼼수는 아니다".
지난 7일 안방에서 삼성화재에 정규리그 우승을 내줬지만 신춘삼 KEPCO 감독은 그보다 '상무전 부전패 이의 제기'를 둘러싼 공방이 더 억울한 듯 보였다. 경기 후 신 감독은 취재진을 향해 "이제 와서 승점 3점 얻겠다고 벌이는 '꼼수'가 아니다"라고 몇 번이나 거듭 강조하며 억울한 마음을 드러냈다.
KEPCO는 5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정식으로 상무 잔여경기 부전패 처리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국제 룰에 따라 상무가 치른 모든 경기를 부전패 처리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리그 불참을 선언하기 전에 치른 5라운드 두 경기만이라도 추가로 부전패 처리해야 한다는 것.

KEPCO로서는 아쉬울 만했다. 연맹의 결정이 내려지기 사흘 전인 지난달 8일 KEPCO는 5라운드 경기에서 상무에 1-3으로 패했다. 상무의 부전패 결정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할 만한 소지가 충분히 있다.
문제는 KEPCO의 이의 제기가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최근 6연패에 빠진 KEPCO가 드림식스에 쫓기면서 당장 눈 앞의 승점 3점을 챙기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KEPCO를 향했다.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KEPCO지만 최근 드림식스의 상승세를 가만히 묵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실제로 KEPCO구단 관계자는 "이의 제기가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동안 우리 구단은 연맹에 관련 규정의 형평 적용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 역시 "시즌 후반에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 생각하고 구두로 여러 번 이야기했다. 승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형평성의 문제"라고 강변했다.
신 감독의 말에 따르면 이미 여러 차례 상무전 부전패 방식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언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식 절차를 밟아 이의 제기를 하기에는 KEPCO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 신 감독의 설명이었다.
처음 상무전 부전패 문제를 놓고 이야기가 나온 것은 지난달 11일 LIG손해보험전이었다. 그러나 그 때는 여러 모로 KEPCO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승부조작 파문의 한 가운데 있었고, 구단 정서나 분위기상으로도 부전패 문제를 꺼내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더욱이 KEPCO는 이날 경기에서 3-1로 LIG손해보험에 승리했다.
신 감독은 "KEPCO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것도 문제였다. 부전패 문제에 대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느냐고 이야기하면 이미 4강에 진출한 거나 마찬가지인데 뭘 그렇게 불안해 하냐는 소리도 여러 번 들었다"며 답답했던 마음을 드러냈다.
신 감독은 KEPCO 감독 취임 전에 KOVO의 경기운영팀장을 역임했다. KOVO에 직접 몸담고 있었고 경기운영에 대한 규정은 달달 외우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신 감독은 더 억울할 수밖에 없다.
"후속적인 조치가 늦은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인식은 하고 충분히 어필도 했다. 어디까지나 승점 때문이 아니라 올바른 기준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 신 감독은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대신해서 이런 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의견을 내는 것도 감독의 소임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KEPCO의 의도가 어떻든 드림식스로서도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처지다. 현재 KEPCO와 5위 드림식스의 승점차는 7이다.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뒤집히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경우의 수는 있다. KEPCO가 상무와 6라운드 부전승을 제외한 전 경기에 패하고 드림식스가 승점 11점을 챙길 경우 순위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실낱 같은 희망이라고는 해도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과 아예 사라진 것에는 차이가 있다. 박희상 드림식스 감독은 "이제 와서 포스트시즌을 노린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지만 이는 전혀 다른 문제다. 팬심은 물론 남은 경기에서 선수들의 동기 부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KEPCO의 이의 제기에 대해 배구연맹 관계자는 "오래 끌 수 없는 문제다보니 가급적 빠르게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조만간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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