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희선 인턴기자] 페르난도 토레스(28, 스페인)의 부진이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8일(이하 한국시간) 가디언은 "토레스는 지난 7일 새벽 열린 버밍엄시티전서 팀 동료인 후안 마타가 PK 키커로 나설 것을 권했지만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경기서 토레스는 상대방 수비수인 은귀라네 은다우의 파울로 PK를 얻어냈다. 이에 마타는 토레스가 PK를 찰 수 있도록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토레스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레스의 거절에 다니엘 스터리지가 자신이 PK를 차겠다고 나섰지만 결국 PK는 마타가 차게 됐고 실축으로 이어졌다.

최근 23경기 연속 무득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토레스는 원래 PK를 거의 차지 않는 선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타가 토레스에게 PK를 양보한 것은 팀 동료의 부진을 떨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기 위해서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토레스는 왜 이런 마타의 호의를 거절했을까. 가디언은 토레스가 오래 지속된 부진으로 인해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서 토레스는 전반에 절호의 슛 찬스를 맞이했지만 골대를 크게 빗겨나가는 슛을 쏴 첼시팬을 실망시켰으며, 후반 PK를 얻어냈을 때 버밍엄시티 팬이 "우리는 토레스가 PK를 차기를 원한다"고 연호하게 만들었다.
최근 동료들과 좋은 연계 플레이를 보이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토레스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골가뭄이 그의 자신감을 잃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골을 넣어야만 하는 상황인 PK를 실축했을 때 쏟아질 비난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역시 토레스를 위축시켰으리란 것이다.
조금 더 희망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PK 거부는 필드골로 골가뭄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토레스의 자존심일지도 모른다. 필드골과 PK골의 가치 비교는 무의미하지만, 번번이 슛찬스를 날리며 비난을 받았던 토레스인만큼 부진 탈출을 위해 필드골을 터뜨리고 말겠다는 승부욕을 드러낸 것이다.
토레스에게 있어 23경기 연속 무득점 기록을 깨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골을 터뜨릴 것인가다. 토레스가 자신감과 골감각을 되찾기 위해서는 만들어진 기회에서 단순히 득점에 성공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 토레스에게 PK골보다 필드골이 더욱 절실할 수 있는 이유다.
어린 나이에 유럽 축구의 새로운 별로 떠올랐던 토레스는 스페인 국가대표로서도, 리버풀의 상징으로서도 최고의 순간을 경험했다. 하지만 지난 해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첼시로 이적한 후 악몽이 시작됐다.
무려 5000만 파운드(약 89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받고 첼시로 유니폼을 갈아입었지만, 정작 토레스가 첼시에서 터뜨린 골은 겨우 5골에 불과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진이 계속되면서 유로2012 스페인 국가대표팀 발탁마저 어려워지는 상황을 맞이했다.
과연 토레스가 남은 경기에서 필드골을 터뜨리며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PK를 거부한 토레스의 의지가 상처받은 스트라이커의 최후의 자존심이라면, 조만간 골을 터뜨리고 다시 포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져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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