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포지션이 치열하다. 계속 경쟁시키겠다".
'아홉번째 심장' NC 다이노스가 뜨겁다. 강진-제주도-애리조나로 이어진 120여일간의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를 낙오자 하나 없이 소화하며 한층 더 강해졌다. NC의 수장 김경문 감독도 "목표 달성치는 90% 이상"이라는 말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김 감독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경쟁'과 '잠재력'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화두가 자리하고 있다.
애리조나 캠프 출발 전 김 감독은 투수들의 보직과 야수들의 라인업 조각을 마치고 돌아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팀들과 5차례의 연습경기를 통해 어느 정도 투수들의 주요 보직과 선발 라인업이 드러났다. 하지만 김 감독은 결코 못박지 않았다. 김 감독은 "야구를 9명 갖고 하는 건 아니다. 주전들과 함께 뒤에 나올 선수들의 기량차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쟁 체제가 강화된 것은 김 감독이 이번 캠프에서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부분이다. "포지션별 경쟁 구도를 만든 게 가장 큰 성과다. 모든 포지션에서 치열하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계속 경쟁시켜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말이다. 연습경기에서 눈도장을 찍은 나성범·박민우·이명환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포지션은 가릴 것 없이 치열한 경쟁 체제를 이루고 있다.
마운드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김 감독은 "캠프를 통해 마운드 윤곽이 거의 잡혔다. 선발진은 젊은 선수들에게 신경을 쓰고 있고, 중간·마무리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선발은 사이드암 이재학을 비롯해 노성호·김태형이 거론됐다. 여기에 정성기가 유력한 마무리로 떠올랐다. 김 감독은 "언제든 마무리도 할 수 있는 투수"라며 정성기에게 남다른 기대를 걸었다.
김 감독의 권유아래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나성범도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보였다. 김감독은 "성범이가 캠프를 통해 스스로 느낀 점들이 많을 것이다. 연습경기에서 타율은 높지 않았지만 중요한 순간 칠 줄 아는 스타 기질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지금의 좋은 느낌을 가져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나성범은 지난달 12일 한화와 연습경기에서 5회 리드를 이끄는 홈런으로 승리를 견인했고, 19일 두산전에서는 결승 2루타로 승리를 이끌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끊임없는 분발과 노력을 요구했다. 우타 거포 갈증에 시달리는 만큼 연습경기에서 많은 기회를 준 이명환·조평호·김종찬에 대해 "기량이 늘기도 많이 늘었고, 노력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도 따라오고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모두가 더 분발해야 한다"며 "계속 경쟁시키겠다. 선수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이끌던 시절 두산은 '화수분 야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재물이 자꾸 생겨서 아무리 써도 줄지 아니함'이라는 뜻의 단어가 야구에 붙은 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김 감독은 선수들의 숨어있는 잠재력을 끌어내는데 능하다. 손시헌·이종욱·김현수가 신고선수 신화를 쓰고, 임태훈·이용찬·양의지가 신인왕을 차지했다. 과연 NC에서는 또 누가 '김경문표 화수분 야구'의 계보를 이을까. NC는 10~11일 SK 2군과 연습경기로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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