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기 전 원작 읽지 마세요 '책은 나중에!'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3.09 09: 13

"책을 이미 봤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안 봤다면 영화 먼저 보시고 나중에 읽으세요."
원작 영화 홍수의 시대다. 송강호 이나영 주연 '하울링', 김민희 이선균 조성하 주연 '화차' 등 최근 개봉한 영화들 모두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하울링'은 노나미 아사의 소설 '얼어붙은 송곳니'를, '화차'는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15일 개봉을 앞둔 영화 '가비'는 김탁환의 소설 '노서아 가비'를 살아있는 영상으로 탄생시켰고, 현재 촬영 중인 방은진 감독의 신작 '완전한 사랑'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을 원작으로 한다.

지난 해에 가장 주목받은 작품들에 속하는 '도가니'와 '완득이' 역시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들이다.
각색은 기본 토대가 있기에 오리지날 창작 시나리오보다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더 어려운 것이 각색작업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한 영화 관계자는 "관객들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사실 그 전에 책을 읽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영화를 보고 나서 책을 읽는 경우가 영화 감상에 더 낫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책과 영상물이라는 다른 성질상 90% 이상 그 원작이 더 나을 수 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원작이 있는 영화의 양날의 칼은 원작의 탄탄한 기본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장점,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는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원작과의 비교다. '하울링'만 보더라도 '얼어붙은 송곳니'에서 보여줬던 세밀한 캐릭터 묘사가 아쉬웠다고 지적하는 관객들이 있고, '가비' 역시 원작에서 대폭 삭제된 부분들 때문에 반응이 갈릴 수도 있다. '도가니' 역시 원작에서 묘사된 부분들을 선정적으로 표현했다는 반응을 얻기도 했다.
영화화되는 과정에서 캐릭터와 상황은 변하기 마련이다. 변영주 감독은 '화차'를 영화화하는 과정에 대해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에는 어려움이 많았다"라며 "원작에서는 제3자인 지혜롭고 성찰적인 40대 형사가 사건을 해설하는 형식인데 이게 영화화 되었을 때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고민이 됐다. 그걸 해결하는 것에서 마지막 20고까지 오게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원작을 읽은 독자라면, 더욱이 팬이라면 "책에는 저렇지 않았는데.."라며 불평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각본상은 순수 창작인 오리지날 시나리오에 주는 상이고 각색상은 원작이 있고 그것을 새롭게 탄생시킨 시나리오에 주는 상이다. 점점 더 원작이 있는 영화가 많아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각본과 각색에 대한 구별이 더욱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각본상과 각색상이 엄연히 다르듯, 원작의 재미를 얼만큼 잘 살리는가가 요즘 영화계의 화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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