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슨의 엔터~뷰 (Enter-View)] “21”란 단 한 장의 음반으로 1천9백 만장이란 근래 보기 드문 경이적인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아델(Adele)의 성공 이후 영국 팝 음악계가 배출하고 있는 신인 급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뜨겁다. 특히, 이제 겨우 2장의 앨범을 발표한 아델처럼 짧은 작품 활동에도 음악인으로서 갖춰야 할 실력뿐만 아니라 “전세계 대중 음악계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나가고 있기도 한데, 비틀즈(The Beatles)에서 콜드플레이(Coldplay)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선배 음악인들이 이룩해 왔던 ‘위대한 영국 팝 음악사의 업적’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2012년 현재 세계 팝 음악 시장을 주도 해 나가려고 하는 ‘영국 팝 음악계 강세 현상의 원동력’이 어디서 오는지 살펴 보자.
- 차별화된 음악 스타일으로 어필하는 ‘여성 뮤지션 전성시대’ -
미국에서 아델의 성공은 희소가치에서 기인함을 이전 칼럼에서 여러 차례 설명했다. 비욘세(Beyonce)•레이디 가가(Lady Gaga)•케이티 페리(Katy Perry)•리한나(Rihanna)•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 등 최근 몇 년간 최고의 인기를 누려온 미국 여성 아티스트이 추구해온 장르는 록•일렉트로니카•R&B•힙합이 섞인 ‘댄스-팝’이었고. 빼놓을 수 없는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가 최고의 컨트리 음악 스타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알리샤 키스(Alicia Keys)가 아델과 동일 장르의 뮤지션이라 할 수 있지만 하향세속에서 최근작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마이너스 요인이다. 미국의 유명 가수에서 볼 수 없었던 아델의 6~70년대의 소울 창법은 아날로그 음악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고, 미국과 전세계 음악계는 그녀를 상업성과 음악성을 겸비한 슈퍼스타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아델의 예상치 못한 성공에 힘입어 2012년 현재 영국 음악계는 “여성 아티스트의 전성시대”가 찾아왔다. 미국 팝 스타들과는 다르면서도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한다는 것이 대중적인 성공을 가져다 줬고 영국을 벗어나 세계 음악 시장으로 도약하는데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예로 2010년 말 영국에서 데뷔했던 루머(Rumer)의 앨범 “Season Of My Soul”이 2년 만에 국내에서 발매되었는데, 카펜터스(Carpenters)의 카렌 카펜터(Karen Capenter)가 부활한 듯한 착각을 줄 정도로 루머의 예스러운 창법은 70년대식 팝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 15세 소녀 버디(Birdy) 역시 10대답지 않은 곡 해석능력으로 커버 곡들을 노래하며 영국 대중 음악계가 자랑하는 기대주로 떠올랐다.
루머와 버디처럼 복고적이면서도 서정성이 담긴 컨템포러리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영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반면 ‘Price Tag’란 곡으로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제시제이(Jesse J)를 비롯, 아직 국내 음악 팬들에게는 낯선 뮤지션들인 에밀리 산데(Emeli Sandé)와 레베카 퍼거슨(Rebecca Ferguson)은 타고난 가창력을 바탕으로 소울에 기반을 둔 곡들을 노래하며 인기몰이를 하는 여성 아티스트군이다. 반면에 본국인 미국 보다 영국을 비롯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레나 델 레이(Lena Del Rey)의 앨범 “Born To Die”을 듣고 있노라면 그녀가 미국 뉴욕 출신이란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진취적이고 실험적인 면이 강한 영국의 감성’이 오히려 그녀 음악에서 짙게 나타나고 있다. 타국의 음악인마저 동화시켜 버리는 영국 음악계의 매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한데, 영국 여성 아티스트 저마다 고유의 개성이 음악과 접목되면서 세계 음악 팬들을 충족시키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구력이 얼마 되지 않은 보이 밴드와 영국 인디 아티스트의 미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에서 드러내는 그 존재감도 상당히 주목할 부분이다.
대한민국 남녀 아이돌 그룹의 성공에 자극을 받았을까? 최근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영국과 아일랜드 출신으로 구성된 보이 밴드가 있다. 5인조 그룹 원티드(Wanted)와 원디렉션(One Direction)가 바로 그 -보이 밴드와 인디 음악으로 시장을 선점해가다 -주인공들인데. 지난해 각각 발표한 싱글 ‘Glad You Came’과 ‘What Makes You Beautiful’로 두 팀 모두 영국 차트 정상을 차지한 바 있다. 작년 말에는 원티드가 2집 앨범 “Battleground”를, 원디렉션은 데뷔 앨범 “Up All Night”을 선보여 영국 내에서 큰 사랑을 받은 수 지금까지 계속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영국에서는 원디렉션이 ‘What Makes You Beautiful’로 2월 21일 런던에서 거행된 “브릿 어워즈(Brit Awards)’에서 ‘올해의 싱글’상을 수상하며 약간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오히려 원티드가 대표 곡 ‘Glad You Came’으로 빌보드 HOT 100 차트 4위에 오르며(3월 17일자) 대이변을 연출하고 있다. 테이크댓(Take That)•보이존(Boyzone)•웨스트라이프(Westlife)등 시대를 풍미했던 영국과 아일랜드 보이 밴드를 철저히 외면했던 미국 시장에서 원티드과 원디렉션이 거두고 있는 현재 성과는 무척 고무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멈포드&선즈(Mumford & Sons)와 플로렌스더머신(Florence + The Machine)과 같은 영국 인디 팝록 밴드들이 미국을 비롯 여러 나라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당장은 인기가 없을지라도 고유의 색깔을 버리지 않고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서의 초지일관의 뚝심이 향후 큰 행운과 부를 가져다 줄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 영국 팝 음악계의 끊임없는 아티스트 발굴 , 세계가 주목한다–
미국에 절대 약세 장르라 할 수 있는 힙합 분야에서도 세계가 주목하는 영국 뮤지션이 배출되고 있다. 특히, ‘영국의 에미넴’으로 불리는 프로페서 그린(Professor Green)과 ‘영국판 카니예 웨스트’라고 일컬어지는 타이니 템파(Tinie Tempah) 공연 차 한국을 방문한다고 한다.
다양한 장르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해내면서 오랫동안 새로운 스타 탄생에 목말라 했던 영국 팝 음악계. 아델의 엄청난 성공을 계기로 음악강국의 위용을 과시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하였다. 지금 전세계의 시선은 영국이 끊임없이 배출해 내고 있는 신예 팝 아티스트들의 활약상에 모아지고 있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