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년차 신인 김영훈 “단역 출신 송일국이 힘줬다”[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2.03.09 16: 00

올해로 데뷔한지 10년, 출연한 영화 20여편, 드라마 6편. 웬만한 배우들에게서 볼 수 없는 연기경력이다.
다작을 했지만 모두 단역으로 등장해 대중들에게는 아직 낯선 데뷔 10년차 신인 배우 김영훈이다. 그는 그간 영화에서 암살단4, 연희 남편, 청군2, 남비서 등의 단역을 연기했지만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발효가족’에서 처음으로 오해준이라는 이름을 가진 캐릭터를 맡았다.
실로 연기에 발을 딛은지 10년만이었다. 드라마 스폐셜에서 주인공을 맡기도 했지만 미니시리즈도 처음, 이름을 가진 캐릭터도 처음이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영훈은 ‘발효가족’을 통해 미니시리즈의 긴 호흡을 첫 경험했다. 드라마에만 출연했던 배우들이 영화를 찍으면 적응기간이 필요한 것처럼 김영훈에게도 그 시간이 필요했고 혹독한 경험을 했다.
“단역을 맡으면 단역배우들 간에 치열함이 있어요. 저는 치열한 게 싫어서 항상 양보를 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박찬홍 감독님이 저를 엄하게 트레이닝을 시켜줬어요.”
박찬홍 감독은 엄격하고 단호한 연출로, 김지우 작가는 배우가 대본 그대로 대사를 읊길 원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의 섬세한 앙상블은 복수 시리즈로 알려진 드라마 ‘부활’과 ‘마왕’을 탄생시켰다.
“대사의 토시 하나 틀리면 안됐기 때문에 초반에는 연기보다 대사가 틀릴까봐 NG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감독님에게 대사가 틀렸다는 디렉션을 받으면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정말 많이 혼났죠.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까 어떤 감독님을 만나고 어떤 작품을 해도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더라고요.”(웃음)
또한 미니시리즈의 긴 호흡을 첫 경험한 단역 전문배우 김영훈에게 힘을 준 사람은 아무래도 단역 출신 송일국 이었다.
“송일국 선배가 드라마 ‘왕초’에서 김두한의 오른쪽에 나오는 사람 1로, 이서진이 2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병풍연기를 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연기를 한다고 하면서 힘을 줬어요. 감독님한테 많이 혼나다보니 정말 이 악물고 연기 하라고 했죠.”
◆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김영훈은 데뷔 후 지금까지 주로 단역을 맡아 마음껏 연기를 펼쳐보지 못해 답답할 터. 하지만 그는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2004)에 출연하고 난 뒤 팬들이 생겼지만 그 후 연기를 하지 못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다보니 내 연기를 보여줄 수 없어 팬들한테 미안했죠. 15일에 독립영화 ‘홈 스위트 홈’이 개봉하는데 지금까지 나를 좋아해주는 팬들이 영화를 보러 온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고마운 마음뿐이에요.”
어느 연예인이나 팬들이 있지만 트렌드에 따라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바뀌는 일명 ‘철새팬’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영훈에게 7년 동안 그를 꾸준히 응원하는 의리 있는 팬들이 있다. 연예인으로서 상당히 힘이 되는 사람들이 분명하다.
“힘이 닿는 한 다 챙기고 싶어요. 정말 잘 되는 날이 와서 보답해주고 싶죠. ‘당신들이 믿고 기다려줬던 배우가 대한민국에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계속해서 연기하고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어요.”
오랜 기간 단역을 해왔던 김영훈이 단막극의 주인공을 맡고 거기서 한 단계 올라가서 24부작 드라마 ‘발효가족’에서 조연까지 꿰찼다.
“학교 동기들은 좋은 작품 만나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기도 하죠. 때로는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천천히 올라가는 게 참 좋아요. 단막극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내가 어떻게 하면 보여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 김영훈이 이제는 여유를 가지고 노는 듯 연기를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비온 뒤 땅이 굳고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지 않았나. 이제 김영훈은 붉은 태양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 그가 오랜 시간 인내한 만큼 후회가 없을 만큼 원 없이 연기를 펼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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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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