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타자 최정(25), 5번 타자 박정권(31) 구도는 거의 고정적일 것으로 보여진다. 문제는 타선 중추 4번 타자 자리다. 누가 올 시즌 4번 타자로 나설 것인지 여부가 이만수 SK 와이번스 감독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미국 플로리다-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치고 9일 문학구장에서 귀국 후 첫 훈련을 가진 이 감독은 "주전 라인업 윤곽이 어느 정도 잡혔다. 다만 4번 타자 자리에 누굴 넣을 것인지가 관건이다"라며 아직 타순 조각이 확실하게 잡히지 않았음을 밝혔다.
지난해 3할1푼 20홈런 75타점 호성적을 올린 최정과 이제 팀의 주포로 확실히 자리를 굳힌 박정권은 각각 3번, 5번 타자로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이 감독은 4번 타자로 누굴 내세울 것인지 고민 중이다. 전임 김성근 감독이 지난 시즌 고민하던 부분과도 같다.

SK 4번 타자 자리를 놓고 경합 중인 후보는 오른손 타자 세 명. 부활을 노리는 베테랑 이호준(37)과 FA로 가세한 조인성(37), 그리고 이제 팀의 주전 포수로도 손색없는 주축이 된 정상호(30)다. 오키나와 전지훈련 초기 안치용(33)이 4번 타자로 나서기도 했으나 4번 타순에서 안치용의 모습은 이 감독의 기대치에 걸맞는 편은 아니었다.
이호준은 지난 시즌 2할5푼3리 14홈런 62타점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4번 타자로서만 252타수를 기록한 이호준은 62안타 12홈런 47타점으로 4번 타자 출장 시 타율은 2할4푼6리. 타선 중추를 맡기기는 정확성이 아쉬웠다.
그러나 비시즌 페이스가 괜찮다는 점은 이호준에 대한 기대치를 쉽게 버릴 수 없게 한다. 1차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했던 이호준은 김용희 2군 감독을 비롯한 2군 코칭스태프의 지도 아래 전성 시절 타격폼을 찾아가고 있었다. 김 감독은 물론 선수 본인도 "좋았을 때의 타격폼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해의 부진은 없을 것"이라며 재기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중이다.

FA 이적을 통해 SK 센터라인과 포수진에 긴장을 불러일으킨 조인성의 지난해 성적은 2할6푼7리 15홈런 59타점으로 2010년 3할1푼7리 28홈런 107타점을 기록했을 때에 비하면 페이스가 떨어지기는 했다. 시즌 막판 체력 저하로 인해 타율이 급전직하한 탓이 컸다.
그러나 조인성은 지난해 유주자 시 2할9푼6리(186타수 55안타)로 클러치 순간 나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게다가 장타력 만큼은 팀 내 수위로 꼽히는 타자인 만큼 이 감독은 "포수만이 아니라 지명타자로 출장할 수 있다"라며 조인성의 타격 재능을 살릴 수 있다는 의미를 비췄다.
한창 전성기를 달릴 나이에 접어든 정상호의 지난해 성적은 2할6푼 11홈런 50타점이다. 정상호도 이호준, 조인성과 마찬가지로 확실한 힘을 바탕으로 한 풀히터로서 거침없는 스윙을 통해 상대 투수를 흔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30개의 사사구를 얻어낸 데 반해 96개의 삼진을 기록하며 공을 골라내는 능력에서는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이 감독이 자신의 현역 시절을 연상케 하는 타자를 4번 타순에 배치하고 싶어하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헐크'라는 별명으로 사랑받으며 프로야구 초창기 최고의 홈런 타자로 명성을 떨쳤던 이 감독인만큼 밀어치는 빈도도 높은 연결형 4번 타자보다 당겨치는 힘이 뛰어난 오른손 장타자를 내세워 우-우-좌 클린업 트리오를 구축하겠다는 뜻과 같다.
후보들 모두 저마다 개성과 호성적을 올려야 하는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 베테랑 이호준과 조인성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리기 위해 올 시즌 맹활약을 펼쳐야 한다. 동산고 시절 공수를 모두 확실하게 갖춰 필라델피아가 눈독을 들인 대형 포수였던 정상호는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주전 확보의 기회를 확실하게 살려야 한다. 과연 3명의 오른손 타자 중 누가 이 감독에게 해법을 제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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