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생' 유재웅, "24년 만에 처음 서는 1루"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3.10 09: 52

"그저 경기에 뛰고 싶어서 이곳에 왔으니까. 경기 상황에 집중하면서 내가 활약할 기회를 노려야지요".
한때 그는 외국인 타자급 장타력을 자랑했던 거포 유망주였다. 그러나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확실하게 살리지 못했고 이후 급격하게 줄어든 출장 기회로 마음고생을 하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새 둥지를 틀었다. 좌타자 유재웅(33. SK 와이번스)이 생애 첫 1루 수비 훈련에 집중하는 등 다시 살 길을 찾기 위해 문학구장에 섰다.
2002년 건국대를 졸업하고 두산에 입단(1998년 1차 우선지명)한 유재웅은 그의 장타력을 높이 산 김경문 전 감독으로부터 한동안 중용되었으나 확실한 두각은 나타내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그의 커리어하이 성적은 2008년 104경기 2할7푼6리 4홈런 32타점. 장타 포텐셜을 현실화하지 못하며 결국 제 자리를 잃고 말았던 유재웅이다.

두산에서 설 자리를 잃은 뒤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로 이적한 유재웅. 지명 당시 구단 관계자는 "장타력이 좋은 만큼 내심 기대를 갖고 있었다. 우리 팀에서 왼손 대타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적 후 유재웅은 생애 처음으로 1루 수비 훈련에 나서는 등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야구를 시작한 지 24년 만에 1루 수비를 하고 있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1루 수비라 훈련 하나하나가 재미있어요. 그러나 중요한 포지션인 만큼 수비 시프트 이동이나 번트 시뮬레이션 때도 확실히 집중해서 수비해야 되니 쉽지는 않네요".
지난해 12월 결혼한 유재웅은 이제 가장으로서 첫 시즌을 맞았다. 책임감이 커진 가운데 이를 부담감으로 잇지 않기 위해 노력한 유재웅은 "출장 기회가 간절했다"라며 새 팀에서 반드시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를 이야기했다.
"경기에 뛰려고 왔습니다. 원하던 출장 기회를 얻기 위해 훈련에도 집중하고 경기 상황에도 집중하다가 필요한 순간 공헌하고 싶어요". 낯선 수비 훈련까지 서슴지 않으며 생존 경쟁 중인 만큼 유재웅은 많은 이야기보다 더욱 훈련에 집중했다.
상무 제대 후 2007시즌 두산의 주전 좌익수로 기대를 모으던 유재웅은 개막 직전 시범경기 문학 SK전서 발목 부상으로 인해 전열 이탈했다. 유재웅이 남긴 빈 자리는 당시 신고선수 꼬리표를 갓 뗀 김현수가 꿰찼고 현재 김현수는 두산을 넘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5년 전 자신에게 아픔을 남긴 곳 문학에서 유재웅은 야구인생의 새 돌파구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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