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렌스 레더(31)가 6강 플레이오프에서 모비스와 함께 더 높이 날아오르고 있다.
KCC를 상대로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는 레더는 1차전 33득점 14리바운드 맹활약에 이어 지난 9일 2차전에서도 26득점을 폭발시켜 모비스의 2연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중반부터 모비스에 합류한 레더는 하위권에 처져있던 팀을 조금씩 상승시켰다. 시즌 후반에는 군전역 후 합류한 함지훈과 호흡을 맞춰 모비스의 인사이드를 한층 높였다. 국가대표 포인트가드 양동근에 레더-함지훈의 인사이드라인을 구축한 모비스는 시즌 막판 6라운드에서 8승 1패로 무섭게 질주했다.

레더와 모비스의 폭풍 질주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계속됐다. 전주에서 벌어진 1, 2차전 모두 팀 내 최다득점을 올린 레더는 공수에서 유재학 감독의 지시 아래 자신의 역할을 100% 소화하는 중이다.
일단 공격에서 레더는 자신보다 큰 매치업 상대인 자밀 왓킨스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 왓킨스를 앞에 두고 정확한 점프슛을 꾸준히 꽂고 스피드를 활용해 왓킨스의 수비를 무력화시킨다.
레더는 2차전 승리 후 “지금껏 나보다 크고 힘 있는 선수와 많이 싸워봤다. 왓킨스가 어떤 선수인지 미리 알고 있었고 그에 맞게 대비했을 뿐이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레더에게 주목할 부분은 공격보다는 수비다. 본래 레더는 승부욕이 강한 나머지 쉽게 파울트러블에 걸리곤 했다. 하지만 레더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절대 무리하지 않고 팀의 승리를 위한 플레이에 충실하고 있다.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서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레더가 영리한 선수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경기에선 자기 컨트롤을 잘 할 거라고 믿는다”고 했고 실제로 레더는 파울트러블 없이 1, 2차전을 치렀다.
'절대 높이' 하승진을 상대하면 누구라도 고전할 수밖에 없는 일. 레더는 유 감독의 지시에 충실하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약속된 팀 수비에 따라 하승진을 막고 있다. 하승진의 득점을 차단하려다 득점 인정 반칙을 주느니 골밑 깊숙한 곳에서 하승진이 공을 잡으면 그냥 2점을 허용한다. 하승진이 공격 리바운드를 잡을 때도 절대 파울을 범하지 않으며 득점인정 반칙을 피한다.
레더는 “하승진은 훌륭한 선수다. 하승진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고 말한 것처럼 하승진을 인정하고 정확히 파악한 것을 바탕으로 파울트러블을 피해 경기 내내 맹폭을 가한다.
레더는 어느덧 KBL에서 5번째 시즌을 뛰고 있다. 5년 동안 4번이나 유니폼을 갈아 입었고 언제나 자신의 몫을 다했지만 때로는 코트에서 표출하는 강한 승부욕이 정신적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그동안 오해를 받아 와 속상했다. 그래도 난 언제나 열심히 경기에 임했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모비스에선 유재학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 모두가 내 경쟁심과 투쟁심을 이해해 준다. 덕분에 이 팀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레더는 이제야 자신과 맞는 팀을 찾아 진짜 실력을 보여주고 있을 수도 있다. 레더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으로 좌절을 맛봤던 우승의 영광을 이번에는 누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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