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 없었다. 잠시의 주저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부산 KT 박상오(31·196cm)가 폭발했다. 박상오는 10일 부산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3점슛 6개 포함 팀 내 최다 27점을 폭발시켰다. 특히 4쿼터 막판 결정적인 스틸 후 단독 속공으로 승부를 갈랐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며 리그 정상급 포워드로 발돋움한 박상오는 그러나 올 시즌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상대의 견제에 고전하며 헤맸다. 어느 순간 자신감을 잃었고, 슛을 주저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MVP의 면모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 만큼은 달랐다. 공을 잡으면 주저하지 않고 올라갔다. 무모하다 싶을 만큼 자신있게 던졌다. 박상오는 10개의 3점슛을 던졌고 그 중 6개가 림을 갈랐다. 3점슛 성공률 60.0%.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3점슛 성공률이 26.6%에 불과했던 박상오였지만 이날은 달랐다. 자신감은 사람을 바꿔 놨다.
박상오는 "감이 좋았다. 찬스가 나면 과감하게 던진다는 생각"이라며 "단기전인데 힘 아낄 필요가 없다"는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외곽슛뿐만 아니락 골밑도 과감하게 파고들었다. 내외곽을 넘나드는 박상오를 막지 못해 전자랜드의 수비에도 균열이 생겼다.
KT 전창진 감독은 "박상오가 워낙 잘해줬다"고 칭찬했고,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도 "박상오를 막지 못해 졌다"고 인정했다.
가슴 철렁한 순간도 있었다. 72-71로 아슬 아슬하게 리드하던 종료 24.1초 전. 자유투 1구를 넣었지만 2구를 놓쳤다. 하지만 박상오는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수비에 나섰고, 하프라인 부근에서 이한권으로부터 볼을 빼앗았다. 그대로 골밑으로 침투해 레이업슛을 올려놓았다. 그걸로 승부는 끝이었다.
박상오는 "1차전 같은 상황이 올까봐 걱정했다. 마지막에 볼을 빼앗아 다행"이라며 웃은 뒤 "1차전에서 우리가 전력이 약해서 진 게 아니다. 자멸한 것이다. 우리도 플레이오프를 3년째 하고 있다. 전자랜드에 베테랑 선수들이 많지만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젊은 만큼 이겨보겠다"며 MVP다운 승부 근성을 드러냈다.
waw@osen.co.kr
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