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자리는 없다. 더 잘해서 감독님 믿음에 부응하고 싶다".
'아홉번째 심장' NC에서 4번타자로 고정된 선수가 있다. 2009년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MVP를 차지한 오른손 외야수 이명환(27)이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달 애리조나 투산 스프링캠프에서 5차례 연습경기 모두 4번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10일 SK 2군과 연습경기에서도 4번타자로 선발 출장하며 김경문 감독으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중이다.
김경문 감독은 이명환의 NC행을 직접 이끌었다. 힘있는 오른손 타자가 부족한 가운데 KIA에서 방출당한 후 일본 독립리그에서 타점왕을 차지한 이명환의 가능성을 눈여겨봤다. 이명환도 다른 팀들의 영입 제안을 거절하고 NC행을 결정했다. 김 감독이 함께 하자는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이명환에 대해 "우리팀 럭키한 일"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기대가 크다.

이명환은 뒤늦게 NC에 합류했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가 본격적인 무대였다. 5차례 연습경기 모두 4번 타자로 나와 17타수 6안타 타율 3할5푼3리 2타점으로 활약했다. 2루타 2개, 3루타 1개를 칠 정도로 장타력도 선보였다. 김 감독도 "실력이 많이 늘었고, 노력도 많이 한다"고 그의 가능성과 노력을 인정했다.
이명환은 50일간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대해 "안다치고 안 아프고 부상없이 많은 것을 배운게 소득"이라고 말했다. 2009년 퓨처스 올스타전 MVP를 차지할 때 왼쪽 무릎 십자 인대를 다친 상태였고 MVP를 차지한 그 길로 수술대에 올라 재활을 거쳐야 했다. 모든 선수들에게 마찬가지 겠지만, 영광 뒤 아픔이 있는 이명환에게 건강은 무엇과 바꿀수 없는 중요한 가치다.
건강한 몸으로 공수주에서 발전을 이뤘다. 타격은 밀어치기가 몸에 익으며 타구 분포도가 이상적으로 그려졌다. 안타 6개 중 가운데로 향한 타구가 4개. 힘이 좋다고 당겨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여기에 4번타자이지만 수비와 주루에도 신경을 썼다. 도루까지 기록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모두 김경문 감독의 주문사항이다.
이명환은 "감독님께서 '장타자는 무조건 느려야 한다는 관념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팀이 승리하는데 필요하면 뛰어야 한다"고 웃어보였다. 수비도 마찬가지. 김 감독은 "외야 수비를 키워야 한다. 수비 때문에 들락날락하는 선수가 되지 말라"고 주문했고, 이에 이명환은 외야 수비에도 열을 올렸다. 그는 "모니터링을 통해 송구부터 수비를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KIA 시절과 확실히 달라진 건 자신감이다. 이명환은 "자신감이 붙었다. NC가 마지막 팀이라는 생각으로 전력을 다하겠다. 안정된 자리는 없다. 지금 4번으로 나온다고 내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감독님의 믿음에 부응하도록 더 노력하겠다. 타선의 중심을 잘 이끌어갈 수 있도록 호락호락하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안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 시절 현대에서 방출된 이종욱을 일약 국가대표 1번타자로 키워낸 바 있다. KIA에서 방출된 아픔이 있는 이명환도 김 감독의 믿음 속에 NC의 4번타자로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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