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류택현(41)은 플레잉코치다. 전지훈련에서 훈련과 선수단 지도를 병행했다. 하나의 몸으로 두 역할을 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타자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다가도 자신의 훈련시간이 오면 전력투구로 타자들을 처리해야한다.
류택현은 2년 전 39살의 나이에 팔꿈치 수술을 받았지만 은퇴가 아닌 복귀를 선택했다. 1년 반 동안 자신과의 싸움에 임했고 2년 만에 팀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10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자리에서 “일단 2년 만에 전지훈련에 참가해서 좋았다. 복귀를 선택한 만큼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며 “하지만 육체적으로는 힘들었다. 선수 역할을 하다가 코치 몫까지 하려니 정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선수시절과는 달리 나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없는 환경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전지훈련 소감을 말했다.
1994년 프로입단 당시 류택현은 좌완유망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류택현에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연고지 우선 지명으로 OB(현 두산) 유니폼을 입은 류택현은 제구력 난조로 5시즌 동안 OB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채 LG로 트레이드됐다. 발전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었고 마침내 2002시즌 제구력 안정과 변화구 장착으로 원포인트 릴리프로서 입지를 굳혔다.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기록했고 3시즌 연속 3점대 평균자책점을 올렸다. 2007시즌에는 전해 당한 부상을 극복하고 리그 최다 23홀드에 평균자책점 2.70으로 통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2년 후 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2010시즌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팀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굴하지 않았다. 선수생활을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로 재활에 매진했다. 그리고 지난 2월 14일 연습경기에서 마침내 마운드를 밟았다.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경기 후 김기태 감독은 류택현이 성공적으로 첫 실전등판을 마친 것에 대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오랜만에 마운드를 밟으니 참 기분이 묘했다. 낯선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내가 있을 곳은 여기라고 다시 깨달았다. 연습경기도 이 정도인데 시범경기만 등판해도 참 설렐 것 같다. 전지훈련 내내 무리하게 페이스를 올리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한 번 더 부상당하면 정말 끝이기 때문에 스스로 조심해서 훈련에 임했다. 초반에는 몸이 올라오지 않아 걱정했는데 지금은 많이 올라왔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류택현은 해야할 일이 하나 더 있었다. 전지훈련 도중 팀이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흔들릴 때 후배들을 바로잡는 역할이었다. 선수단 동요를 막고 다시 훈련에 집중하게 하는데에 류택현이 앞장섰다.
“코치 입장에서, 그리고 선배 선수 입장에서 분위기를 추스르려고 많이 노력했다. 단체 미팅으로 간단히 끝내는 것이 아닌 개인 미팅에 임했다. 다행히 선수들이 흔들림 없이 전지훈련이 마무리 될 때까지 잘 따라와줬다”.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랐던 바쁜 전지훈련 중에도 류택현은 맹활약했다. 총 세 번의 연습경기에 등판해 4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전지훈련 이전 선수와 코치 중 코치에 가까웠다면 전지훈련을 마친 후에는 선수에 가까워졌다. 지금까지 전지훈련 중 가장 바쁘고 힘들었지만 자신과의 싸움, 그리고 주위의 편견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이렇게 류택현의 위대한 도전은 성공이란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나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85점 정도 주고 싶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복귀에 어느 정도 다가가고 있다. 복귀를 결심했던 당시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었지만 일단 나이 먹으면 선수로서 끝났다는 주위의 편견에 지고 싶지 않았다. 또한 후배들에게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고 싶었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포기하지 않으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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