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순 "고종 연기, 눈물 CG로 지웠다"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3.11 12: 12

'왕' 열풍을 이을 또 한 명의 배우가 나타났다. '초특급 훈남'이라 불릴 만한 배우 박희순이 '고종'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박희순은 15일 개봉 예정인 영화 '가비'(장윤현 감독)에서 여주인공 따냐(김소연)를 두고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연인 일리치(주진모)와 삼각 로맨스를 펼치는 고뇌에 찬 영혼 고종으로 등장한다. 흰색 곤룡포를 입고 뜨거운 가비(커피)를 마시는 그의 모습에서는 어마어마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아내와 나라를 잃은 슬픔에 왕임에도 강한 모성애를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박희순은 3월 '가비', 4월에는 영화 '간기남'(간통을 기다리는 남자)를 연달아 선보이게 된다. '가비'는 2012년 포문을 여는 첫 사극이고, '간기남'은 간통과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코믹 스릴러다. '가비'에서는 역사 속 실제 인물 고종으로, '간기남'에서는 간통 사건 현장을 덮치러 갔다 의문의 살인사건에 휘말려 유력한 용의자로 누명을 쓴 간통전문형사로 분한다. 극과 극의 변신이라고 할 수 있다.

두 편을 연달아 개봉하는 것에 대한 기분을 묻자 박희순은 "좋을 거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사실 배우입장에서는 좋지만은 않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관객들이 배우에게 다른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고종이 간통하고 있으면 '아 저게 뭐야' 이럴 수 있지 않나. 난 두 작품 모두 시간 여유를 갖고 시작했는데 말이다"라며 "관객들이 스크린에서 고종이 간통하는 모습을 보면 안되지 않나. 그런 걱정이 좀 있다"라고 솔직히 밝혔다.
'가비'에서 원작에서보다 훨씬 생명력을 얻은 고종 캐릭터는 박희순의 철저한 공부와 고증에 의해 만들어졌다. 여러 문헌들을 통한 조사를 통해 보다 드라마틱한 고종이 탄생된 것. 
박희순은 "그 옷(곤룡포)만 입으면 (기분이) 다운이 됐다"라며 "문헌에는 고종이 주권을 일본에게 넘기고 대성통곡하고 울었다고 한다. '맞아, 이 입장에서 많이 울었겠지'란 생각이 들었다. 고종은 강골체질이 아니어서 버텨내려고 무진장 힘을 쏟았겠다고 생각했다. 부인도 죽고 힘도 없고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을 것 같다"라고 자신이 생각한 고종에 대해 설명했다. 의상이나 움직임이 없어 보다 정적인 느낌 속 보다 감정에 집중했다.
실제로 마지막 일리치(주진모)와 부딪히는 신에서는 절제하려고 했지만 눈물이 계속 나왔고, 결국 최종적으로 눈물을 CG로 지웠다고. "마지막에 최종적으로 눈물을 CG로 지웠다. 왕으로서의 권위나 그런 모습에서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닌 것 같아서 감독님이 지웠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가비'는 명성황후 시해 이후 고종 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겼던 아관파천 당시를 배경으로 고종 황제(박희순)와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따냐(김소연), 그리고 그녀를 목숨보다 사랑한 이중스파이 일리치(주진모)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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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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