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투혼으로 장식한 고별전이었다.
전태풍(32·178cm)이 전주 KCC 소속으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전태풍은 11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선발출장해 11분44초를 뛰며 3점슛 하나 포함 7점 2어시스트 2리바운드 1스틸을 기록했다.
전태풍이 부상 투혼을 발휘했지만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모비스의 화력을 막기에는 힘이 부쳤다. 1~2차전에서 전태풍의 결장속에 모비스에 완패한 KCC는 3차전에서도 전태풍이 다리를 절뚝이며 벤치를 지키기 시작한 2쿼터부터 경기 흐름을 내주며 66-79로 완패했다. 시리즈 전적 3전 전패. KCC도 시즌을 마감했고, 전태풍도 3년간의 KCC 생활을 아쉬움 속에 정리하게 됐다.

지난 2일 부산 KT전에서 왼쪽.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전태풍은 정규리그 마지막 3경기는 물론 모비스와 6강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도 모두 결장했다. 하지만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린 3차전에서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허재 감독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기약이 없다"는 말로 전태풍 선발출장을 설명했다.
허 감독은 "2년 전 모비스와의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하승진이 부상으로 뛰지 못했는데 올해는 전태풍이 다쳤다. 이길지 안 이길지 몰라도 태풍이가 있었으면 오펜스가 잘 풀렸을텐데"라며 1~2차전에서의 전태풍 공백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1~2차전에서 KCC는 평균 67.5점에 그쳤고, 3점슛 성공률도 28.0%에 불과했다.
돌아온 전태풍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허재 감독은 "열흘 정도 쉬고 나오는데 제대로 뛸 수 있겠나. 풀로 다 뛰면 좋겠지만 몸이 힘들다. 힘들 때마다 빼며 기용하겠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안 그래도 모비스가 많이 뛰어 다니는 팀인데"라며 걱정을 보였지만 "부상이 낫지 않은 전태풍의 기용이 독이될 수 있다"는 유재학 감독의 말에는 "재학이형이 언론 플레이하는 것 같다"는 말로 전태풍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하지만 경기 시작부터 전태풍은 폭주했다. 첫 공격에서 자밀 왓킨스의 스크린을 이용해 중거리슛을 꽂았다. 이어 오픈 3점슛도 놓치지않고 적중시켰다. 팀의 첫 5득점을 책임졌다. 그러나 이내 햄스트링 통증이 밀려왔다. 1쿼터 4분7초를 뛰고 저민수와 교체돼 벤치로 들어왔다.
그러나 전태풍이 빠진 2분여 동안 KCC는 턴오버 2개로 흔들리며 리드를 내줬다. 1쿼터 4분5초를 남기고 허재 감독은 전태풍을 다시 찾았다. 코트에 들어간 전태풍은 또 한 번 중거리슛으로 공격의 포문을 뚫었다. 다시금 교체를 반복한 뒤 나와서는 2대2 플레이로 왓킨스의 골밑 득점을 이끌어냈다. 1쿼터에만 4번이나 코트를 들락날락하며 7점 1어시스트를 올렸다.
하지만 다리를 절뚝일 정도로 정상 상태가 아니었던 전태풍을 계속 가동하는 건 무리였다. 2쿼터 전태풍은 2분48초 동안 시도한 3점슛 2개가 모두 빗나갔다. 그 사이 KCC는 수비 로테이션마저 흔들리며 모비스에 무더기로 중장거리슛을 내줬다. 한 번 빼앗긴 흐름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3쿼터 2분4초 만에 부상 부위가 재발하며 코트를 떠난 전태풍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벤치 가장 자리를 지키며 KCC에서 마지막 경기를 물끄러미 지켜봐야 했다.
지난 2009년 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CC의 부름을 받은 전태풍은 공격형 포인트가드로 맹활약했다. 첫 시즌부터 KCC의 준우승을 이끌었고, 지난 시즌에는 플레이오프 우승을 견인했다. 마지막 3년째가 된 올 시즌 비록 6강 플레이오프에서 물러났지만 부상 투혼을 펼쳐보였다.
전태풍은 혼혈선수 규정에 따라 시즌 종료 후 팀을 옮겨야 한다. 이날 경기 맞상대 모비스와 원주 동부, 고양 오리온스, 서울 SK가 지명 권리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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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정송이 인턴기자 ouxo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