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 관객이 열정적이라는 말은 못할 것 같다.
한국의 정반대편, 머나먼 남미 칠레 관객들이 ‘진짜’ 열정적인 게 무엇인지 보여줬다.
3인조 그룹 JYJ의 월드투어 공연에서다. 진부한 수식어가 아닌, 문자 그대로 ‘폭발적인 환호’였다. 비록 3000석 규모의 공연장이었지만, 한국 관객 3만명과 비교해 밀리지 않았다. 수만명 앞에서 거뜬히 노래해온 JYJ 조차도 당황했을만큼 환호는 남달랐다.

9일 오후 9시 (현지시간) 공연이 개최된 곳은 칠레 산티아고의 테아트로 콘포리칸(Teatro caupolican). 미국 팝스타들이 주로 공연을 펼쳤던 곳이다. JYJ는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한 15개 도시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그동안 한국 가수의 공연이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칠레를 찾았다.
공연장은 JYJ가 등장하기도 전에 달아올랐다. 공연 수 시간 전부터 공연장 주위 거리를 가득 메우며 줄을 선 관객들은 “미 이히또 리코(예쁜 내 사랑)”를 연호하며 JYJ를 기다렸고, 한국 취재진만 봐도 큰 환호성을 지를 만큼 잔뜩 흥분해있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며칠 전부터 노숙을 하면서 줄을 서는 강행군도 불사했지만, 피로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초반 기세도 남미팬들이 더 강했다. 공연 오프닝은 ‘엠티(Empty)', '삐에로’, ‘Ayyy girl' 등 강렬한 곡으로 시작됐는데, 훌륭한 가창력을 가진 JYJ의 목소리도 칠레 팬들의 함성을 뚫고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5~6년 전부터 한국 가수를 기다려왔다는 칠레 팬들의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16곡을 부르며 1시간 30분 동안 공연을 꾸민 JYJ는 한국에서부터 총 40시간이 걸려 칠레까지 왔다는 피곤함도 잊은 채 노래하고 춤췄다. 운송 문제로 화려한 무대 연출이나 블록버스터급 장비는 없었지만, 오히려 멤버들과 관객이 바로 코 앞에서 호흡할 수 있어 훨씬 더 친밀한 분위기였다.
박유천은 공연 도중 “여러분이 JYJ를 알고 계신 것도 신기하고 이렇게 응원해주시는 것도 신기하다. 이렇게 열광해주시니 앞으로 월드투어에서 칠레가 빠질 수 없을 것 같다”며 즐거운 마음을 나타냈다.
멤버별 솔로무대와 ‘찾았다’, ‘인 헤븐’ 등의 무대가 끝나고 공연은 막을 내렸다. 칠레 팬들이 외치는 앵콜도 남달랐다. 관객들은 동시에 박자를 맞춰 발을 쾅쾅 굴리며 공연장을 뒤흔들었다.
멤버들은 신나는 셔플댄스로 화답했다. 앵콜곡으로 선보인 ‘겟 아웃(Get Out)', '엠티’ 리믹스 버전에 셔플댄스를 가미한 것.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높은 환호성으로 공연의 엔딩을 장식했다.
관객들의 열기는 ‘너무’ 뜨거웠다. 3명의 관객이 실신해 엠뷸란스에 실려갔고, 공연이 끝난 후 여운을 잊지 못한 관객들이 도로를 점령해 주위가 일대 마비가 되기도 했다.
공연이 끝난 후 울음을 터뜨린 관객 까멜리아 로드리게즈(Camelia Rodriguez, 19, 여)는 “버스를 타고 6시간 걸려 산티아고에 왔다. 7년 동안 기다리던 그룹의 공연을 눈앞에서 봐서 너무 행복해 눈물이 난다. 칠레에 와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정말 감동적”이라고 밝혔다.
남성팬으로 눈길을 모은 디에고 비달 코바르루비아스(Diego Vidal Covarrubias. 21)는 “빈야델마르에서 2시간이 걸려 산티아고에 왔다. 6년 가까이 팬인데, 사실 JYJ 공연을 본다는 것은 막연한 꿈이었다. 하지만 꿈은 이루어졌고 실제로 보니 그들의 공연은 기대 이상이다”고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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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