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던지고 나면 4~5일 간은 휴식일이 있잖아요. 그 기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선배들께 어떻게 관리해야 되는지 여쭤보면서 배우고 싶습니다".
천진난만한 소년의 이미지. 그러나 그는 전지훈련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며 올 시즌 팀의 명운까지 쥐게 된 선발진의 키 플레이어 중 한 명이다. SK 와이번스의 4년차 좌완 유망주 김태훈(22)이 겸손하고도 당찬 마음가짐으로 2012시즌을 준비 중이다.
구리 인창고 3학년 시절이던 2008년 퍼펙트 게임 승리를 거두는 발군의 활약을 선보이며 연고팀 SK의 1차 지명자로 입단한 김태훈. 그러나 김태훈은 입단 첫 해 팔꿈치 수술을 받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첫 해를 마치고 군입대할 계획이었던 김태훈이었으나 그의 가능성을 믿은 김성근 전 감독이 "입대를 미뤘으면 한다"라고 요청했다. 지난 2시즌 동안 김태훈은 16경기서 1홀드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시즌 중도 퇴임했으나 김태훈은 이제 제 잠재력을 떨칠 채비를 갖췄다. 지난 6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LG와 마지막 연습경기서 김태훈은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 3이닝 동안 3개의 안타와 1개의 볼넷을 내줬으나 아웃카운트 9개 중 8개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위력적인 투구로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8-5 승리에 공헌했다.
이만수 감독은 김태훈에 대해 "기량 성장폭이 컸으나 아직은 경기마다 기복이 있다"라며 신중하게 이야기하면서도 "태훈이가 올라와줘야 우리 선발진에 힘이 생긴다"라는 말로 중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76cm 86kg의 체격을 지닌 김태훈은 투수로는 작은 키에 속하지만 튼실한 하체에서 비롯된 볼 끝이 묵직하다. 현재 김태훈은 언더핸드 박종훈과 함께 SK 투수진의 히든카드로 꼽히고 있다.
지난 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난 김태훈은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한 뒤 "입단 후 세 번째 전지훈련을 치렀는데 스스로 생각했던 만큼 많이 좋아져 기분이 좋다"라고 밝혔다. 퍼펙트게임을 일궈낸 유망주로 기대를 받았으나 부상으로 인해 시작이 늦었던 만큼 그는 더욱 긍정적이고도 뜨거운 마음가짐으로 4년차 시즌을 준비했다.
"입단 당시 기대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실상을 보면 지난해 그나마 다시 야구를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배우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지요".
이 감독은 현재 김태훈의 위치를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투수로 생각 중이다. 아직 1군에서 보여준 것이 많지 않은 김태훈임을 감안하면 분명 대단한 기대를 받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김태훈은 겸손한 자세로 선발 투수라는 원대한 꿈을 키웠다.
"제가 맡은 경기를 제대로 책임지는 것은 물론 다음 턴을 기다리는 4~5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4~5일 동안 몸을 어떻게 관리하고 감각을 유지해야 하는지 선배들께 여쭤보고 체득하고 싶습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아 정말 많이 배워야한다며 수줍게 웃은 김태훈이었으나 마음가짐만은 이미 '준비된 선발 투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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