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더에게 배워라".
울산 모비스는 최근 '함지훈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 2월초 상무에서 함지훈(28·198cm)이 제대한 후 정규리그 마지막 11경기에서 10승1패를 거뒀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강적 전주 KCC를 3전 전승으로 격파했다. MVP 출신 함지훈이 미치는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만수' 유재학 감독이 보기에는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KCC와 6강 플레이오프에서 함지훈은 유재학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3경기에서 평균 10.7점 5.7리바운드 6.3어시스트로 활약했다. 그러나 야투성공률이 37.3%에 불과했다. 결정적으로 슛 시도가 많지 않았다. 하승진과 자밀 왓킨스를 상대로 중거리슛을 쏘는 데 있어 주저함이 많았다. 3경기 평균 9개 야투를 던졌지만 적중률이 떨어졌다.

하지만 3차전에서 함지훈은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많은 11개의 슛을 던지며 6개를 꽂았다. 14점은 이번 시리즈 개인 최다 득점. 하승진과 왓킨스를 상대로 과감하게 중거리슛을 쏘아댔다. KCC의 약점을 제대로 공략했다. 여기에는 한 가지 숨은 사연이 있었다.
지난 11일 3차전을 앞둔 아침 유 감독은 함지훈을 따로 불렀다. 이 자리에서 유 감독은 함지훈에게 "네가 레더에게 배울 게 있다"고 말했다. "레더는 슛 주도권을 자기가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데 넌 그게 부족하다"는 게 유 감독의 말이었다. 함지훈은 "감독님의 조언을 듣고 3차전에서는 자신있게 슛을 던졌다"고 털어놓았다.
유 감독은 "농구는 리듬이다. 타이밍이 됐을 때에는 딱딱 슛을 쏘며 가야 한다. 지훈이가 상대의 높이 때문에 슛을 쏠까 말까 주저하는 모습이 많았다"며 "따로 불러 바로 바로 결정하라고 이야기했다. 공이 오면 슛을 쏘든지 골밑으로 들어가든지 아니면 볼을 빼주든지 바로 결정하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지훈이가 이번 플레이오프뿐만 아니라 앞으로 국제대회나 자신의 농구 인생에 있어 분명히 고쳐야 할 문제점이다. 슛 타임을 빨리 잡는 게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상무 시절 중거리슛을 장착하고 돌아온 함지훈이지만, 여전히 슛을 주저하는 모습이 많고 이 때문에 팀의 공격 리듬이 깨지는 것에 대한 일침이었다. 탁월한 시야와 패스 능력도 좋지만 때때로 필요한 순간에는 공격적인 플레이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레더가 바로 그 좋은 예다. 레더는 6강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평균 26.3점으로 최다 득점을 올렸다. 59개의 야투를 던져 35개를 적중시키며 성공률도 59.3%에 달했다. 하승진 왓킨스의 높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미들라인 근처에 무더기 슛을 쏘아대며 KCC 수비를 무력화시켰다. 외국인선수인 만큼 공격에서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 많기 마련이지만 때로는 함지훈도 이같은 적극성을 갖고 플레이를 풀어갈 줄 알아야 한다는 게 유 감독의 뜻이다.
동부와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모비스는 함지훈의 슛을 필요로 한다. 윤호영-김주성-로드 벤슨의 골밑 트리플타워를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함지훈의 보다 적극적인 슛이 필요하다. 함지훈은 "상무에서 동부 (이)광재가 슈팅에 대해 알려줬다. 그걸 많이 써먹겠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슛으로 '타도 동부'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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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정송이 인턴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