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대한 욕심은 잊혀졌다".
한화 '스나이퍼' 장성호(35)는 올해 달성 가능한 대기록들이 줄줄이 있다. 2000안타(-106)·1000타점(-52)·3000루타(-99)·1000볼넷(-21). 2000안타는 양준혁-전준호, 3000루타는 양준혁·장종훈·송지만, 1000타점은 양준혁·장종훈·박재홍·김동주·심정수·송지만·마해영, 1000볼넷은 양준혁 단 한 명만이 달성한 대기록들이다.
그러나,장성호는 개인 기록 달성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버렸다기 보다 버려졌다. 어느 순간부터 머릿속에서 점점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아프다 보니 기록 달성에 대한 생각이 많이 잊혀졌다. 기록에 있어 마음으로 크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털어놓았다. 그만큼 부활에 대한 마음이 간절하다.

올해 장성호가 모토로 삼는건 '출루율'이다. 다른 기록보다 출루에 가장 우선가치를 두겠다는 것이다. 장성호는 "4번 (김)태균이와 5번 (최)진행이 모두 클러치 상황에 워낙 강한 타자들 아닌가. 내가 3번 타순에 위치하게 된다면 출루가 우선이다. 투아웃 이후라도 살아나가면 뒷타자들이 강하기기 때문에 언제든 득점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성호의 말대로 김태균·최진행은 찬스에 강한 타자다. 김태균은2005년(0.333)·2006년(0.306)2007년(0.373)·2008년(0.378)·2009년(0.299)의 득점권 타율에서 나타나듯 꾸준하게 검증된 클러치히터다. 최진행은 지난해 득점권 타율 전체 1위(0.386)를 차지했다. 득점권 타율이 클러치 능력의 모든 것을 담지는 않지만 충분한 근거는 된다.
장성호는 "출루율에 집중하겠다. 내가 출루를 많이 하면 상대 투수들이 태균이와 진행이를 연속해서 상대하는 게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즉 장성호가 찬스를 연결시켜주는 고리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3번 타순인 만큼 해결해야 할 몫도 있지만 주자가 루상에 가득할수록 집중력이 빛나는 김태균과 최진행을 빛내겠다는 뜻이다.
출루는 장성호의 주전공이다. 지난해 후반기 체력 저하로 타율은 2할4푼4리에 그쳤지만 리그에서 가장 많은 81개의 볼넷을 골라내며 출루율은 3할7푼9리로 전체 10위였다. 배트가 잠시 주춤해도 눈에는 슬럼프가 없었다. 지난해 한대화 감독에게 "너무 좋은 볼만 고르지 말고 칠 때는 쳐라"는 주문도 받았지만, 김태균이 돌아오고 최진행이 성장한 올 시즌에는 최대한 많이 출루하는 것이 장성호의 최대 가치가 되고 있다.
스스로를 버리고 팀을 위해 헌신하고 싶은게 장성호의 마음이다. 그는 "한화에 온 뒤로 보여준 것이 없다. 감독님이나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올해 만큼은 정말 달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태균과 최진행도 "성호형이 살아나야 다 함께 잘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장성호도 "아프지만 않으면 된다. 그러면 기록도 따라올 것"이라며 결의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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