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의 최대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겠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노림수가 적중했다. 모비스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KCC에 3연승을 거두고 시리즈를 조기에 종결시켰다. 시리즈 내내 모비스는 자신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상대의 약점을 사정없이 공략했다.
모비스는 3차전 동안 무려 3점슛 32개를 소나기처럼 퍼부었고 레더는 72득점을 올렸다. 모비스는 폭넓게 선수를 기용하기 보다는 정예멤버를 구축했고 코트 위의 다섯 명은 공수에서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그야말로 월등한 경기력을 뽐내며 디펜딩 챔피언 KCC를 넉다운시켰다. 그리고 스윕의 중심에는 역시 ‘만수’ 유재학(49)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이 빛났다.

모비스는 KCC의 트윈타워 왓킨스·하승진의 약점을 집중 공략했다. 수비 리바운드를 잡은 후 빠르게 패스를 뿌려 쉽게 수적 우위를 점했다. 상대 왓킨스와 하승진이 발이 느린 점을 적극 활용, 스피드에 승부를 건 것이다. 모비스가 속공으로 쉽게 득점을 쌓은 반면 KCC는 허무하게 실점했다.
속공뿐 아니었다. 모비스는 양동근의 돌파나 2대2, 함지훈의 포스트플레이로 KCC에 협력수비를 유도한 후 의도적으로 왓킨스 쪽에 오픈 찬스를 만들었다. 민첩성이 떨어지는 왓킨스가 로테이션 수비에 애를 먹는 것을 간파해 왓킨스가 커버해야 할 영역에서 쉽게 외곽슛을 꽂았다. 이번 시리즈에서 모비스가 폭발시킨 3점슛 32개는 완벽한 전술과 슈터들의 컨디션이 하모니를 이룬 결과다.
‘절대높이’ 하승진에 대한 수비 전술도 잘 통했다. 모비스가 하승진을 수비하면서 내세운 첫 번째 원칙은 ‘득점인정 반칙은 허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승진이 최대한 먼 곳에서 공을 잡게 하되 만일 하승진이 포스트 깊숙한 곳에서 공을 잡으면 그냥 2점을 내줬다. 무리하게 수비해 파울을 낭비하고 한 점을 더 허용하며 흐름을 빼앗기느니 안 되는 부분은 시원하게 포기했다. 하승진에게 공격 리바운드를 내주고 난 다음에도 절대 하승진에게 달려들지 않으며 득점인정 반칙 찬스를 봉쇄했다.
유 감독의 지시대로 움직인 테렌스 레더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시즌 내내 파울트러블로 고전했던 레더는 이번 시리즈에서 단 한 차례도 파울트러블에 걸리지 않았다. 유 감독은 레더가 하승진을 막을 때면 레더에게 무리한 수비를 지시하지 않았다. 한편 공격에서 왓킨스와 매치업 됐을 때는 적극적인 공격을 주문했다. 자존심과 투쟁심이 강한 레더의 기를 살려주면서도 팀이 승리하는 데 100% 녹아들게 만들었다. 결국 레더는 3차전 내내 왓킨스를 압도하며 팀 공격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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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