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가족', 리얼 스토리 산뜻한 출발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2.03.12 08: 27

tvN 시추에이션 드라마 ‘21세기 가족’이 첫 방송됐다. 새로운 장르인 시추에이션 드라마에 도전한 ‘21세기 가족’은 유쾌하지만 진지하게 2012년 현재를 살아가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안정적인 출발을 알렸다.
11일 방송된 ‘21세기 가족’ 1회에는 20세 연상연하 커플 이덕화(이덕화), 오은미(오승현)와 재혼 가정을 꾸린 이성기(이훈), 이금표(오윤아)의 치열한 생활 속 눈치싸움이 그려졌다.
“여러 남자를 만나야 사람 보는 눈이 생긴다”는 아내에게 “그래서 결혼을 두 번씩이나 했냐”는 농담을 건넸다 밥 한 그릇도 못 얻어먹는 처지에 놓인 이성기와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남편 이성기에게 “돌팔이”라고 비수를 꽂은 이금표는 ‘누가 먼저 사과를 할 것인가’를 놓고 소리 없이 치열한 전쟁에 돌입했다. 지나치게 아름다운 오은미 때문에 속앓이를 하던 이덕화는 값비싼 생일 선물을 받고 진한 포옹으로 화답하는 아내의 애교에 질투가 봄눈 녹듯 사라졌다.

시추에이션 드라마라는 장르가 낯설게 느껴졌던 시청자들은 첫 방송을 본 후에야 비로소 그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재혼 가정, 성에 눈 뜬 사춘기 소년의 고민과 청년실업 100만 시대의 불안한 청춘 등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법한 소재가 적당히, 발랄하게 표현됐다.
비록 이성기는 아내의 전화번호를 개 짖는 소리로 설정해 놓고 사소한 말 한 마디도 그냥 넘기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아내의 편이 되어 힘을 실어줬다. 알파벳 더블유와 개구리알을 그리며 성에 눈을 뜬 사춘기 소년 나봉수(김태윤)와 대학 졸업 후 사법고시를 준비하다 행정고시로 갈아타고, 다시 7급 공무원을 준비하다 이제 9급 공무원 시험을 앞둔 이덕화의 막내아들 이동표(강원), 두 캐릭터는 시대의 고민을 짊어졌지만 우울하지는 않았다.
누가 봐도 완벽해 보이는 ‘21세기 가족’의 등장인물들은 치명적인 약점을 하나씩 가졌다. 똑 부러지는 방송국 PD지만 남자한테 돈도 주고 마음도 주고 남은 건 상처뿐인 헛똑똑이 이은표(이미도), 호탕한 웃음이 트레이드 마크지만 젊은 남자만 보면 자격지심에 빠지는 이덕화, 유능한 정신과 전문의지만 자신의 정신 상태는 장담할 수 없는 이성기까지 겉과 속이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피곤함을 안았다.
‘21세기 가족’, 출발이 좋다. 억지스럽지 않은 설정과 자연스러운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뤘다. ‘21세기 가족’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21세기의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과 만나길 기대해 본다.
plokm02@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