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 팀 패배에도 고군분투 빛났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2.03.12 09: 23

[OSEN=인천, 이균재 인턴기자] 인천 유나이티드는 새 홈 구장 개장 경기서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스나이퍼' 설기현(33)은 빛났다.
허정무 감독이 지휘하는 인천은 지난 11일 오후 인천 숭의전용구장서 열린 2012시즌 현대오일뱅크 K리그 수원 삼성과 홈 개막전서 라돈치치에게 2골을 허용하며 0-2로 패했다.
인천은 이날 전반 초반부터 전방까지 올라오는 수원의 강력한 압박에 고전하며 전 포지션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볼 컨트롤은 미숙했고, 패스미스는 잦았다. 다만 수원의 수비진을 종횡무진 휘젓고 다닌 설기현의 고군분투는 인상적이었다.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설기현은 실타래처럼 꼬여있던 인천의 공격에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과감한 돌파를 서슴지 않다가도 자신보다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에게 시기적절한 패스를 연결해주며 인천의 공격을 이끌었다.
자신의 상대였던 수원의 장신 수비수 에디 보스나(192cm)와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으며 헌신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이날 수원 수비수 중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호주 청소년대표 출신 보스나는 전반 24분 설기현을 막다 경고를 받았을 정도로 꽤나 애를 먹었다.
팀이 0-1로 끌려가며 수세에 몰려있던 전반 33분, 설기현의 진가가 여실히 발휘됐다. 수비수 등을 진 상태에서 페널티 박스 안에서 볼을 잡은 설기현이 문전으로 쇄도하던 정혁에게 정확하게 연결시킨 것. 전반을 통틀어 양팀 중 가장 좋은 찬스였다. 비록 정혁의 슛은 골문을 어이없이 벗어났지만 수비의 집중 견제 속에도 불구,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려는 설기현의 헌신과 집중력이 빛났던 순간이었다.
후반 들어서 인천의 창끝은 더욱 무뎌졌다. 후반 초반 수원의 거센 공격을 막기에만 급급했을 정도. 하지만  중반께 설기현이 힘을 내자 인천의 공격도 더불어 살아났다. 후반 30분께 설기현이 보여준 움직임은 날카로움 그 자체였다.
설기현은 인천의 역습 상황서 의도적으로 수원의 수비 3명을 유인하며 중앙으로 파고들자 측면에 많은 공간이 생겼다. 덕분에 인천은 측면으로 원활하게 침투 패스를 연결시키며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비록 추격 골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후반 인천의 공격 중 가장 위협적인 장면이었다.
설기현의 이같은 활약에 허 감독은 만족감과 함께 고민도 드러냈다. 허 감독은 "최전방에 위치한 설기현을 제외하고는 골을 결정지을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하다"며 "앞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찬스를 만드는 과정은 좋지만 기회를 살려내지 못하는 것이 최대 고민이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울산 현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음에도 불구, 재계약 과정에서 울산의 지지부진한 행동과 허 감독의 간곡한 요청에 둥지를 옮긴 '스나이퍼' 설기현.
지금 상황은 울산에 비해 열악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의 축구 열정 하나만큼은 더욱 커진 듯하다. 설기현이 인천의 최대 고민인 골 결정력 부족을 해소시키며 인천의 돌풍을 이끌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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