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희순은 드라마보다는 영화에서 훨씬 친숙한 배우다. 지난 2007년 '얼럴뚱땅 흥신소' 이후 안방극장에서 그를 본 적이 특별히 없다. 대신 '작전', '우리집에 왜 왔니', 10억', '맨발의 꿈', '혈투'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로 필모그래피를 가득 채웠다. 오는 15일에는 영화 '가비'를, 4월에는 영화 '간기남'(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을 선보인다.
박희순은 드라마를 특별히 안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드라마는 두려움이 있다. 나는 연습을 많이 하고 연구를 해야하는 스타일인데, 즉석에서 나오는 대본을 갖고 한다는 것에 두려움이 있고다. 사실 암기력에도 문제가 있다"라고 전했다.
또 "대부분 지적인 역할로 많이 들어오는데 그것도 부담이다. 대본에 전문용어가 나오면 '내가 과연 이걸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든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덧붙였다. "'의뢰인'에서 검사 역이 잘 어울렸듯이 메디컬드라마에서 하얀 가운을 걸친 모습 역시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말에 "의학용어들..어후.."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천재형'이나 '감각형'보다는 '노력파'에 가깝냐는 말에 그는 "다른 배우들도 다 그렇겠지만, 나는 특별히 순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라고 답하는 겸손함도 드러냈다.
70년생이지만, 굉장한 동안으로 얼굴에서 젊은 에너지와 어떤 역할도 잘 어울릴 만한 유연함이 느껴진다. 본인만의 '젊음'을 유지하는 비법이 있냐고 묻자 "젊은 마인드가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대답했다. "요즘 트렌드가 무엇인지, 어떤 것이 인기있는지 관심을 갖고 사는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좋아하는 걸그룹을 묻자 "2NE1"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박희순은 '가비', '간기남' 두 작품의 잇단 개봉을 앞두고 있어 긴장감이 돌고 있는 상태다. '가비'는 2012년 포문을 여는 첫 사극이고, '간기남'은 간통과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코믹 스릴러다. '가비'에서는 역사 속 실제 인물 고종으로, '간기남'에서는 간통 사건 현장을 덮치러 갔다 의문의 살인사건에 휘말려 유력한 용의자로 누명을 쓴 간통전문형사로 분한다. 극과 극의 변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두 작품 모두 잘 개봉 시키고, 잘 됐으면 한다. 차기작은 그 다음에 생각할 것 같다"라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살짝 전했다.
한편 '가비'는 명성황후 시해 이후 고종 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겼던 아관파천 당시를 배경으로 고종 황제(박희순)와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따냐(김소연), 그리고 그녀를 목숨보다 사랑한 이중스파이 일리치(주진모)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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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