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종(37·198cm)이 막히고 있다. 인천 전자랜드도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문태종의 체력에 발목이 잡히고 있는 것이다. 문태종은 우리 나이 서른여덟의 노장이다.
부산 KT와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문태종은 3점슛 4개 포함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34점을 폭발시켰다. 야투 17개 중 12개를 적중시키며 성공률 70.6%로 고감도 슛 감각을 자랑했다. 연장까지 치러진 1차전에서 문태종은 40분23초를 뛰었다.
하루 걸러 치러진 2차전에서 문태종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둔해졌다. 3점슛 6개 중 하나밖에 넣지 못하며 11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또 한 번 퐁당퐁당 일정. 지난 12일 인천에서 벌어진 3차전에서 문태종은 장기인 3점슛을 하나도 시도하지 못하며 14점을 올렸다. 공격 기회 잡는 것도 버거웠다. 2~3차전 야투성공률은 34.8%로 1차전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우리나이 마흔까지 선수생활을 한 전주 KCC 허재 감독은 "확실히 문태종의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 1차전에서는 그렇게 잘하더니 2차전에서는 힘들어 하는 게 보이더라. 제 아무리 슛이 좋아도 체력이 떨어지면 아무 소용없다. 공을 받고 제 타이밍에 딱딱 던지는 게 되지 않는다. 역시 나이는 못 속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문태종을 나쁘게 평가하는 게 아니다.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으면 한 해 한 해가 다르다. 자기도 변화되는 걸 잘 모른다. 나도 37살쯤부터는 슛 포물선이 거의 직구였다. 나는 나름대로 띄운다고 띄워서 던진 것이었는데 비디오를 보니 볼 줄기가 직구처럼 날아가더라"고 떠올렸다. 체력적 한계는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1차전에서 문태종 수비에 실패한 KT는 2차전부터 해법을 찾았다. 2차전에서 박상오, 3차전에서 송영진이 타이트하게 집중 마크를 펼쳤다. 문태종에게 쉽게 공간을 내주지 않을 뿐더러 문태종에게 공격을 집중하는 전자랜드의 공격 특성을 철저히 역이용하고 있다. 박상오는 "전자랜드 선수들이 문태종만 바라 보더라"고 말했다. 허버트 힐 외 나머지 국내선수들이 터져주지 않으면 문태종이 집중 마크를 피하기 어렵다. 그럴수록 체력도 소진된다.
3차전 후 KT 전창진 감독은 "문태종의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일부러 작전타임도 부르지 않았다. 4차전에서도 체력으로 밀어붙이겠다"고 말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체력 문제를 고려해야겠지만 벼랑 끝에 온 이상 체력을 세이브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문태종은 1차전에서 크게 넘어져 오른쪽 팔꿈치 상태도 좋지 않다. 이중고에 시달리는 상황이지만 이겨내야 한다.
그러나 하루 걸러 하루 치러지는 플레이오프의 빡빡한 일정은 문태종을 더욱 지치게 한다. 국내선수들이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그의 부담을 덜어주지 않으면 문태종의 위력도 점점 미미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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