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에 적응하기는 대체로 수월한 것 같다. 단 하나 청국장 빼고”, “나도 한국 생활 두 번째 시즌이지만 청국장은 정말 못 먹겠다”.(웃음)
한 명은 지난해 한국 무대에서 모범생으로 알려졌고 새롭게 가세한 한 명은 메이저리그 시절 ‘다혈질 계투’로 악명이 높았다. 그런데 막상 조합을 보니 야구 외적으로는 분명 궁합이 잘 맞는다. 물론 시즌 개막 후 최고의 콤비인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두산 베어스의 효자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1), 새 외국인 마무리 스콧 프록터(35)와의 대화는 유쾌하게 이어졌다.
지난해 15승 6패 평균자책점 2.55로 8개 구단 외국인 선수 중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니퍼트와 재계약에 성공한 두산은 뉴욕 양키스 시절 마리아노 리베라 앞을 지키는 필승 셋업맨으로 활약한 전력의 프록터를 새 외국인 투수로 영입했다. 야구 외적으로도 모범적인 면을 보인 니퍼트와 달리 프록터는 메이저리그 시절 라커룸 벽을 주먹으로 치거나 대량 실점 경기 후 유니폼과 글러브, 스파이크 등을 불태우는 ‘다혈질 성정’으로도 잘 알려졌다.

그러나 일단 전지훈련에서 보여준 훈련 모습이나 팀 적응 면을 보면 둘이 좋은 콤비로 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니퍼트가 프록터의 서울 지하철 이용을 돕고 프록터도 한국 생활 선배로서 니퍼트를 존중하는 동시에 때로는 농을 섞어가면서 환하게 웃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프록터에게 먼저 질문하겠다. 첫 한국 생활은 어떤가.
▲ (프록터) 한국은 새로운 느낌을 주는 나라다. 야구 면에 있어서는 미국적인 색깔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일본에서 연습경기 두 차례 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컨택 능력이나 파울커트 등은 오히려 메이저리그 평균적인 타자들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었고. 한국 음식에 적응하는 것도 수월한 편이다. 아, 그런데 청국장은 정말 못 먹겠더라.
(니퍼트) 그 수프는 나도 진짜 못 먹겠다.(웃음)
-두 선수 아내의 이름이 캐리(Carey)로 동명이인이다. 혹시 알고 있는가.
▲ (프록터) 알고 있다. 장난삼아 내 아내에게 ‘내가 팔뚝에 니퍼트 아내의 이름을 새길까 하는데 어때’라고 물어봤는데 막 웃더라.
(니퍼트) 문신을 새겨도 좋다. 나는 크게 신경 안 쓰니까.(웃음) 같은 팀 동료의 아내 이름이 내 아내와 같다는 점이 신기할 뿐이다. 그냥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스트라이크 존이 낯설거나 적응하기 어려운 것은 없는가.
▲ (프록터) 아직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원래 올스타 브레이크 쯤 제구력이 잡히는 스타일이라서. (일동 웃음)
(니퍼트) 내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다. 공이 막 가던데.(웃음)
(프록터) 농담이다. 개인적으로 삼진을 많이 잡기보다 범타 처리를 통해 빠르게 경기를 매조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우리팀 야수들 입장에서도 빠른 템포로 아웃을 잡아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인드라이브 타구나 큼지막한 플라이 타구도 어쨌든 아웃이 된다. 하루 빨리 한국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해 가능한 한 타자가 안타를 때려내기 어려운 코스로 공을 던져 최대한 빠르게 팀 승리를 이끌고 싶다.
-니퍼트에게 묻겠다. 야구 내적으로 프록터에게 조언하는 부분이 있는지.
▲(니퍼트) 특별한 조언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구장이나 상대 타자들의 특성 등 반드시 필요한 부분은 내가 아는 한도에서 많이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내 투구패턴과 프록터의 투구 패턴은 엄연히 다르다. 개개인이 타자를 제압하는 방식이 다른 만큼 서로를 존중하면서 한 시즌을 보내고 싶다.
-타국에서 서로 도와가며 한 시즌을 보내야 한다. 서로에게 덕담을 부탁하겠다.
▲(니퍼트) 가장 중요한 것은 팀 승리다. 우리는 팀을 이기게 하기 위해 돈을 받고 온 외국인 선수라는 점을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팬들 앞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모습이 중요하다. 한국 야구를 즐기며 최고의 성적을 올리는 프록터의 모습을 기대한다.
(프록터) 니퍼트는 지난해 이곳에서 15승을 올린, 의심의 여지가 없는 에이스다. 이렇게 실력있는 투수와 함께 뛰게 되어 나도 기분이 좋다. 우리는 공통점도 많고 성격도 비슷한 데다 아내 이름도 같다.(웃음) 올 한 해 니퍼트를 비롯한 동료들에게 한국 야구에 대해 많이 배우겠다. 우리 시즌 마지막 경기를 승리하고 기쁜 마음으로 악수하자.
farinelli@osen.co.kr
프록터-니퍼트.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 전지훈련서 니퍼트가 마련한 투-포수조 저녁식사 자리./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