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가 올 시즌 마무리 투수다".
LG 김기태 감독은 12일 올 시즌 팀 운용 방향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외국인투수 레다메스 리즈를 주전 마무리투수로 낙점했음을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선발투수로 164⅔이닝을 소화하며 11승(13패)를 올렸던 리즈는 팀 사정에 의해 갑자기 보직을 바꾸게 됐다. 일단 시범경기를 거치며 마무리 전환에 대한 시험을 해 볼 예정이다.
만약 리즈가 그대로 LG 마무리투수로 낙점된다면 올 시즌 8개 구단 가운데 외국인투수가 뒷문을 맡는 곳은 최소 3구단, 최대 4구단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한화는 데니 바티스타를, 두산은 스캇 프록터를 주전 마무리로 낙점한 상황. KIA는 당초 한기주와 김진우를 마무리 후보 물망에 올렸지만 부상 여파로 컨디션 회복이 더디자 좌완 앤서니 르루에 그 자리를 맡긴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만약 4개 구단이 외국인투수에 뒷문을 맡긴다면 사상 최대를 기록하게 된다.

▲ 외국인선수 도입 14년, 마무리투수 역사
외국인 클로저가 가장 각광을 받았던 때는 해외로 첫 문호를 열었던 1998년이다. 당시 현대, 삼성, LG 등이 주전 마무리투수를 외인으로 채웠는데 뒷문 불안을 호소하던 팀들은 어느정도 재미를 봤다. 현대 조 스트롱은 27세이브로 이 부문 2위에 올랐고 LG 마이크 앤더슨이 21세이브, 삼성 호세 파라가 19세이브를 올렸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재계약을 맺지 못했다. 스트롱은 불안한 모습으로 퇴출됐고 앤더슨은 이듬해 쌍방울로 옮겨가 선발로 전환했으나 쓴 맛을 봤다. 또한 파라는 일본으로 진출했다. 대신 그 자리를 토종 선수들이 맡았다. 각 구단은 마무리 자리는 자체 충당하는 대신 선발 및 타자로 외국인선수를 채웠다.
이후 간헐적으로 마무리를 외국인투수에 맡기는 구단은 있었다. 2001년 삼성 벤 리베라는 21세이브를 올렸고 한화 레니 피코타는 2002년부터 2년간 29세이브를 올렸다. 또한 호세 카브레라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SK와 롯데에서 뛰며 통산 53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외국인투수 가운데 최다 통산 세이브 기록이다.
다시 뒷문을 외국인투수가 걸어 잠그기 시작한 건 2008년이다. 한화 브래드 토마스가 31세이브로 오승환에 이어 이 부문 2위를 차지,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고 우리(현 넥센)는 제이슨 스코비의 대체자로 다카쓰 신고를 마무리로 데려왔다. 또한 롯데는 마티 매클레리 대신 다비드 코르테스를 주전 마무리로 썼다. 그러나 이 가운데 토마스만 재계약에 성공했다.
2009년엔 롯데 존 애킨스가 26세이브로 세이브 왕에 올랐고 2010년엔 LG 오카모토 신야가 16세이브를 기록했지만 이미 외국인선수 대세는 선발투수로 넘어간 상황이었다. 이들 둘 역시 한국에 계속 남아있진 못했다.

▲ 왜 다시 '외국인 클로저'가 각광받나
올 시즌 외국인 마무리투수가 다시 각광받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는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 전문 마무리투수가 드물어 졌다는 걸 꼽을 수 있다. 최근 3년간 한 시즌 20세이브 이상 기록한 토종 마무리투수는 삼성 오승환(2011), 넥센 손승락(2010), 두산 이용찬(2009,2010), 롯데 이승호(2010), KIA 유동훈(2009), 롯데 김사율(2011) 등 모두 합해 6명뿐이다.
이 가운데 올 시즌도 주전 마무리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는 오승환 손승락 김사율 셋이 전부다. 이용찬은 선발로 전환했고 유동훈과 이승호는 마무리가 아닌 필승조로 자리를 옮겼다. 오승환이 특급 활약을 보였던 지난해 그를 제외하고는 20세이브를 넘긴 마무리투수가 김사율 하나였을 정도로 마무리의 활약상이 약해졌다.
지난해 오승환이 맹활약을 펼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삼성은 마무리 오승환이 난공불락으로 활약하자 원래 강했던 불펜도 더욱 탄탄해졌고, 이는 선발진 안정으로까지 이어졌다. 반면 LG는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15번의 팀 블론 세이브를 기록, 마운드 전체가 흔들리며 순위가 급락한 바 있다.
외국인선수 영입 업무를 담당하는 한 구단 관계자는 "작년 오승환의 활약이 팀 성적으로 이어지는 걸 보고 구단들이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면서 "더군다나 최근 야구 트렌드가 불펜 강화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정상급 기량의 불펜 투수가 드물어지고 있다. 이번 FA 시장만 보더라도 불펜 투수들이 좋은 대우를 받았다. 이런 게 복합적으로 작용해 외국인 마무리투수가 대거 등장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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