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기태 감독이 내세운 회심의 마무리 카드는 레다메스 리즈였다.
김 감독은 12일 지난 시즌 선발투수로서 11승을 거둔 리즈를 마무리투수로 기용한다고 밝혔다.
작년 10월 감독 취임식부터 “우리 팀의 가장 취약한 부분은 불펜진이라고 본다. 7,8,9회가 야구에서 가장 중요하다. 경기 후반 한 점차로 리드해도 이를 지켜갈 수 있도록 강한 불펜진을 만들고 싶다. 앞으로 마무리 보강에 신경 쓰겠다”고 불펜 보강을 강조한 김 감독은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마무리 투수는 아마도 리즈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시범경기부터 리즈가 마무리를 맡는다”며 리즈의 마무리 전환을 발표했다.

지난 시즌 리즈의 등장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입단 전부터 한국 프로야구 초유의 강속구 투수로 주목받은 리즈는 평균 시속 150km대의 직구를 구사하면서 매 경기 놀라움을 연출했다. 특히 리즈는 지난 8월 26일 대전 한화전에서 프로야구 역대 최고구속인 시속 161km를 찍으며 공포의 직구를 선사했다. 지난 시즌 리즈는 164⅔이닝을 소화할 정도로 꾸준했고 탈삼진 122개를 기록했다.
이로써 LG는 주키치·리즈의 선발 원투펀치 체제가 아닌 에이스-마무리 투수 콤비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사실 선발 10승 투수를 포기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리즈에게 마무리 전향이야기를 하니까 리즈도 팀을 위해 잘 해보겠다는 말을 했다. 고맙게 생각한다. 빠른 공을 지녔기 때문에 마무리로서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리즈가 LG의 철벽 마무리로 자리할 수 있을까. 일단 LG는 지난 시즌 9회 최다 실점인 평균 0.6점을 기록하며 8개 구단 중 가장 뒷문이 불안한 팀이었다. 9회뿐이 아니다. LG는 2011시즌 7회부터 9회까지 186실점을 했는데 이는 삼성의 132실점과 비교하면 50점이 넘게 차이난다.
게다가 LG는 지난 몇 년 동안 마무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2006시즌 외국인투수 매니 아이바를 영입했지만 아이바는 정상 컨디션으로 마운드에 오르지도 못한 채 시즌 중 팀을 떠났다. 2007시즌 우규민이 30세이브를 거두며 마무리로 자리 잡는 듯했지만 블론 세이브 역시 13개를 기록했고 2008, 2009시즌에는 각각 평균자책점 4.91, 5.70을 올리며 부진했다. 2010시즌 LG는 오카모토 신야를 영입, 4년 만에 다시 외국인 선수에게 뒷문을 맡겼으나 오카모토도 시즌 중반부터 흔들렸다.
결국 리즈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다. 상대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결정구가 없고 9이닝 당 탈삼진 비율도 6.67로 아주 높지는 않지만 1, 2이닝만 책임지며 전력투구한다면 이 수치는 상승될 것이다. 선발투수로 등판할 때는 이닝이 지나면서 타자들의 눈에 빠른 공이 적응됐지만 이제는 타선 전체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강속구의 위력은 더 크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등판기회다. 원래 LG의 최대 강점은 선발진이었다. 적어도 주키치·리즈·박현준 선발 트리오는 어느 팀보다 강했다. 하지만 리즈가 마무리로 전환하고 박현준이 초유의 사태로 퇴출되면서 현재 승리를 보장하는 선발투수는 주키치만 남게 됐다. 리즈가 막강 마무리가 될 수는 있지만 정작 등판기회가 적다면 무용지물이다. 자칫하면 최고의 마무리투수를 등판시키지 못하거나 6, 7회부터 마운드에 올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김 감독은 “선발 투수 두 명과 리즈의 공백은 임찬규, 김광삼 이대진, 정재복, 신재웅, 임정우 등이 경쟁을 통해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계획이다”면서 “신구조화가 이뤄진 선발진을 구축하려 한다. 젊은 투수들이 베테랑 투수로부터 패기와 노련미를 배우는 것을 유도하겠다”는 선발진 구성 계획을 세웠다. 결국 시범경기를 통해 자리잡은 선발진이 시즌 내내 꾸준한 모습을 보여줘야만 마무리 투수 리즈의 위력도 발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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