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SBS 월화극 '샐러리맨 초한지'(이하 초한지)의 종영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초한지'의 가장 큰 성과는 배우의 재발견. 출연진의 새로운 모습과 열연은 '초한지' 흥행에 박차를 가했다.
'초한지'는 평범한 샐러리맨들의 일과 사랑, 열정과 성공을 초한지의 웅대하고 오묘한 그릇에 담아내는 성공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중국 고서 '초한지'의 인물에 빗대어 코믹터치를 가미해 색다른 맛을 더했다.
'초한지'의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중심인물은 이범수, 정려원, 정겨운, 홍수현, 김서형이다. 특히 이들의 연기 변신과 호연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 배우들이 '초한지'의 흥행을 이끌었다는 것은 누구도 반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먼저 유방으로 분한 이범수는 역시 극 중에서도 다양한 캐릭터 변신을 시도,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유방은 첫 등장부터 강렬했다.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하며 능청스럽고 코믹한 연기로 시청자에게 다가왔다. 여치(정려원 분)의 겉모습만 보고 사랑에 빠졌고, 여치와 티격태격 정을 쌓으며 결국엔 러브라인을 그리고 있다.
코믹한 모습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유방이야말로 샐러리맨을 대변하는 역할. 천하그룹 공장 직원들의 시위에 나서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고, 천하그룹에서 팽당한(?) 인물들과 함께 팽성실업을 설립, 대기업 권력에 대항하기도 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극 후반부에는 '베르사이 유'라는 가명으로 활동하며 천하그룹을 혼란시키기 위해 도박에 빠진 '폐인 연기'를 감행하기도 했다.
정려원은 철없는 안하무인 재벌녀의 '개과천선'하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줬다. 자신의 외할아버지 진시황(이덕화 분)의 권력(?)에 의존한 채 회사 내 모든 직원들을 얕잡아 보고 멸시하는 '왕싸가지'였다. 초반에는 그의 대사의 절반이 '삐~'소리로 처리됐을 정도로 욕쟁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도 유방을 만나게 되면서 세상을 배워가게 된다.
자신의 외삼촌을 죽인 살인자로 몰려 유방과 함께 도주, 길거리에서 노숙 생활을 하며, 먹다 남은 짜장면을 주워 먹으면서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또 여치는 자신의 할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낸 모가비(김서형 분)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알콜 중독에 걸린 연극을 펼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정겨운(최항우 역)은 극 초반 천하제약의 신약을 빼돌리기 위해 연구소에 피실험자로 잠입하며 첫 등장했다. 항우는 말 그대로 '엄친아'. 해외 유명 대학교를 졸업하고 천하그룹의 라이벌 기업 장초그룹의 최연소 전략사업본부장으로 유방과 진시황을 위협했다.
그러던 진시황에게 복수를 결심했던 항우는 진시황의 눈에 띄어 천하그룹에 전격 스카웃되며 천하그룹을 손에 넣을 기회가 생기지만, 모가비의 계략으로 수포로 돌아갔다. 최근에는 함께 천하그룹 연구소 대리로 일하고 있는 차우희(홍수현 분)에게 프러포즈를 하며 알콩달콩 러브라인을 전개하고 있다.
홍수현은 전작과 비교해 가장 큰 연기변신을 보여주는 인물. 지난해 종영한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는 여린 공주로 연기했지만, '초한지'에서는 도도하고 지적인 모습과 더불어 차분한 말투, 도도한 표정으로 지적인 매력의 차우희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어린시절부터 이어진 가난 탓에 겉보기와는 다른 억척스러운 인물이다. 또 술만 먹으면 취해서 쓰러지는 '민폐녀'이기도 하다. 항우는 술 먹고 쓰러진 우희를 항상 업어서 집까지 데려다 주곤 했다. 둘 사이 사랑의 매개체는 술이었던 것. 우희는 항우와 사랑 연기를 펼치면서 깜찍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팔색조 연기를 펼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모가비는 극의 핵심이 되는 인물. 극 초반 모가비는 진시황의 비서로서 가장 충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천하그룹 몇몇 간부들이 진시황의 흉을 볼 때도 모가비만은 진시황을 두둔하고 감싸줬다. 그랬던 그도 비로소 극 중반을 지나면서 야망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결국 진시황을 죽음으로 내몰고 자신이 회장자리에 오르는 악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 12일 방송분에서는 법정에 서게 되는 위기에 봉착하며 불안한 심리상태를 완벽하게 연기로 표출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에 탄탄한 스토리, 흥미로운 반전까지. 시청자가 가장 원하는 3박자를 고루 갖춘 '초한지'의 흥행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자이언트'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 '초한지'가 다시 한번 '자이언트급' 마무리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기대된다.
한편 '초한지'는 지난 2월 21일부터 상대극 MBC '빛과 그림자'를 제치고 월화극 1위를 질주 중이다. 오늘(13일) 오후 9시 55분에 22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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