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가 '배수지'란 이름으로 첫 스크린 도전을 펼친 가운데, 한층 안정된 연기로 영화계에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엄태웅, 한가인, 수지, 이제훈 주연 영화 '건축학개론'(이용주 감독)이 13일 오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그 베일을 벗었다.
'건축학개론'은 러닝타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날로그 감성으로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실질적으로 극의 전개를 펼치는 현재의 한가인도 중요하지만, 남자 주인공의 진짜 첫사랑인 과거 서연의 모습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수지는 첫 스크린 도전임에도 자기 몫을 다해냈다고 할 수 있다.

극중 '제주도 학원 출신'이란 별명으로 시샘을 사는 음대생인 서연은 긴 생머리에 청순한 외모를 지녔지만, 가식이 없는 시크한 성격을 지녔다. 건축학개론 수업을 통해 우연히 승민(이제훈)과 정릉 한 동네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된 서연은 적극적으로 승민에게 다가가고, 함께 데이트인지 숙제인지 모를 과제를 해 나가면서 승민의 마음을 송두리채 빼앗아 버린다.
수지는 무엇보다도 비주얼로 극의 몰입을 높인다. 극중 누가봐도 첫 눈에 사랑에 빠질 법한 첫사랑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것이 중요한데 수지는 청순과 복고를 오가는 옷차림에 새하얀 피부, 찰랑찰랑이는 생머리로 '첫사랑의 아이콘'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낸다.
외모에서 반전처럼 등장하는 털털한 말투와 톡톡 쏘는 듯한 화법은 드라마 KBS 2TV '드림하이' 때의 수지도 떠올리게 하지만 '드림하이'의 수지가 고등학생의 생기발랄함으로 귀여움에 가까웠다면, '건축학개론'의 수지는 극중 서연의 모습처럼 처음으로 곱게 눈화장을 하고 립스틱을 발라 본, 대학생의 풋풋하면서도 보다 성숙한 느낌을 그대로 풍긴다.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변한 만큼, 연기를 하는 섬세한 눈빛이나 자연스러운 표정이 한결 성숙한 느낌이다. 스크린에 첫 발을 내딛은 수지의 다른 모습도 기대케 한다.
한편 '건축학개론'은 건축가 승민(엄태웅) 앞에 15년 만에 나타나 집을 지어달라는 서연(한가인), 두 사람이 함께 집을 완성해가는 동안 예전의 기억이 되살아나 새로운 감정을 쌓아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첫사랑이라는 감성적 소재에 '건축'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녹여냈다. 잔잔한 복고 감성 속에 적절한 유머와 지루하지 않은 드라마로 관객들의 눈을 붙잡는다. 22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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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