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선배님이 생일파티를 해주신 후 달라졌어요".
지난 5일 일본 오키나와 차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연습경기. 4회초 무사 1·2루 득점권 위기에서 한화 고졸신인 우완 투수 최우석(19)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용규에게 안타를 맞고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이종범을 3루수 앞 병살타, 안치홍을 3루 땅볼로 솎아내며 실점없이 막았다. 경기 후 한대화 감독은 "꼬마 잘했다"는 덕담과 함께 최우석의 손에 용돈을 쥐어줬다.
한대화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싹이 보인다. 투수 중에서는 최우석이 좋다"고 했다. 정민철 투수코치는 "경기 집중력이 좋은 투수다. 볼은 그렇게 빠르지 않지만 준비자세나 마음가짐 적극적이다. 남은 기간 더 지켜보며 판단을 해야겠지만, 감독님도 전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막 고교를 졸업한 어린 투수이지만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1군 엔트리 진입을 노리고 있다.

최우석은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오키나와로 이어진 연습경기에서 8경기 모두 구원등판해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⅔이닝 동안 3실점한 요미우리전을 제외하면 평균자책점은 1.64로 내려간다. 나머지 6경기는 모두 무실점 행진. 11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안타 9개에 볼넷은 단 2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탈삼진은 5개.
최우석은 "내가 갖고 있는 실력 이상으로 감독·코치님께서 믿고 내보내주셔 잘할 수 있었다. 아직 선배님들처럼 자리를 잡은 상황이 아니라 마운드에 오르면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다른 것보다 감독님 기분 좋게 던지고 싶었다. 볼넷없이 타자 몸쪽으로 피하지 않고 던졌다"며 데뷔 첫 스프링캠프 돌아봤다.
데뷔 후 처음으로 해외 전지훈련을 간 만큼 부담도 적지 않았다. 최우석은 "캠프 초반에는 적응도 안 되고 혼자 시무룩하게 있을 때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런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은 사람이 바로 '친절합 찹형' 박찬호였다. 2월6일 최우석의 생일을 맞아 박찬호가 '깜짝 파티쇼'를 기획했다. 기합을 주는 척 분위기를 잡다가 안승민과 유창식이 우스꽝스런 복장을 입고 나타나며 최우석의 생일을 축하해줬다. 웃음 가득한 시간이었다.
최우석은 "그 뒤로 많이 달라졌다. 며칠 후 NC와 연습경기에서도 잘 던졌다. 그때부터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NC와 첫 연습경기에서 최우석은 두 번째 투수로 나와 4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2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이후부터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최우석은 "박찬호 선배님이 항상 옆에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신다. 선배님 말씀에 세뇌가 되고 있다"며 웃었다.
가장 머릿속에 기억에 남는 말은 '마운드에 올라가면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대로 하라'. 최우석은 "박찬호 선배님께서 상대 타자, 관중, 점수차를 생각하지 말고 내폼대로 내 공을 던지라고 말씀하신 걸 항상 생각한다. 선배님은 늘 몸 관리와 사생활,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하신다"고 밝혔다.
최우석의 목표는 1군 엔트리 진입이다. 그는 '불펜에서 대기하는게 재미있다. 경기를 구경하며 '내가 올라가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많이 배운다"며 "1군 엔트리 진입이 목표다. 코치님께서는 '투수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팀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말씀하셨다. 맞든 안 맞든 피하지 않고 자신있게 공을 꽂아 넣다보면은 팀 분위기도 달아오르게 것"이라는 신인다운 패기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고교 시절이었던 작년에는 LG (임)찬규 형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는 찬규 형을 이기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찬호가 심어준 가슴 속 깊은 당당함과 자신감. 이제는 최우석의 무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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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