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김사율 다짐, "마무리 자리 연연 않는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3.14 06: 59

"(정)대현 선배가 왔다고 해서 (마무리)자리를 놓칠까 하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팀을 위해서라면 보직은 중요하지 않다".
대기만성. 김사율(32.롯데 자이언츠)을 표현하는 데 이보다 적당한 말은 없다. 경남상고(현 부경고) 시절 송승준·백차승과 함께 부산지역 '빅 3'로 꼽히며 많은 기대를 받았던 김사율. 덕분에 1999년 계약금 2억3천만 원에 2차 1순위(전체 1번)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지만 프로 13년차인 지난해가 돼서야 빛을 봤다. 지난해 김사율은 주전 마무리를 꿰차며 20세이브를 달성, 2000년 강상수(23세이브) 이후 11년 만에 롯데에서 20세이브를 올렸다.
덕분에 김사율은 시즌을 앞두고 주전 마무리투수로 낙점됐다. 롯데 양승호(52) 감독은 "우리 팀 마무리는 김사율"이라고 무한신뢰를 보낸다. 리그 최고의 잠수함 불펜 정대현(34)을 영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사율의 자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것이 지난해 뒷문을 철저히 단속한 선수에 대한 보상이며 믿음이다. 더군다나 정대현이 무릎 수술로 시즌 초반 전열에서 이탈하며 김사율은 확고부동하게 자리를 굳혔다.

투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마무리투수. 선수들은 자신의 어깨로 경기를 매조짓는 희열을 잊지 못한다. 긴장감 속에 승리를 지켜내는 순간, 마운드 위에 서 있는 투수가 주인공이 된다. 이제껏 중간계투로 주로 등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가 프로데뷔 13년 만인 2011년이 돼서야 팀의 핵심선수로 자리매김한 김사율이기에 마무리 보직은 더욱 소중하게 여길 것만 같다.
그렇지만 김사율은 수 차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을 강조했다. 그는 "팀을 위해서라면 보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면서 "사실 난 마무리감이 아니다. 클로저라면 상대를 압도하는 구속이 필요하지만 난 그걸 갖추진 못했다. 정확한 컨트롤과 타이밍, 수 싸움 등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게 내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선을 다 했지만 결과가 안 좋다면 그때는 불펜으로 가면 되는 일"이라고까지 했다.
또한 김사율은 새로 영입된 정대현과 굳이 포지션 경쟁을 벌일 생각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정)대현 선배가 영입돼 기뻤다. 많은 걸 배우고 싶었는데 부상으로 잠시 쉬게 돼 정말 아쉽다"면서 "그렇지만 대현 선배가 왔다고 (마무리)자리를 놓칠까 하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만약 감독님께서 대현 선배를 마무리로 결정하셨다 하더라도 난 거기에 따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이유로 김사율은 "야구는 팀 스포츠다. 팀 전력을 위해서라면 내 보직은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사율은 프로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주전 클로저로 시즌을 시작한다. 그런 그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수 차례 강조한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지난해 11월 초 김사율은 선수단 투표를 통해 2012년 주장으로 선출됐다. 주장선임 당시 김사율이 했던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야구는 스타 한 명이 하는 게 아니다. 선수 한 명에 좌지우지되는 팀 보다는 조직력과 팀워크를 갖춘 팀을 만드는 게 목표다. 승리를 위해 희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사율 본인부터 마무리라는 자리보다는 팀 승리에 밀알이 된다면 어디든 관계없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나보다 팀을 앞에 놓는 주장 김사율의 책임감이 올 시즌 롯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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