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새내기 감독의 우승 역사와 돌풍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2.03.15 07: 06

지난 해, 프로야구 2011년 시즌엔 삼성 류중일(49)감독과 롯데 양승호(52)감독이 새내기 사령탑으로 팀을 맡아 한국시리즈 우승과 최종 3위(리그 성적은 2위)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새내기라는 말은 대학이나 단체 따위에 새로 갓 들어간 사람이나 어떤 일에 처음 나서거나 나선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일이 서툰 사람을 이르는 우리말인데 류중일 감독과 양승호 감독은 초보 사령탑으로 어려움을 딛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새내기 감독으로 우승까지 기록한 지도자는 해태 타이거즈를 맡자마자 1983년에 우승 시킨 김응룡(당시 42세) 감독이 첫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강병철 감독은 83년 시즌 중반 박영길 감독 사퇴에 이어 롯데의 감독대행으로 그 해를 최하위(6위)로 마치고 84년 정식 감독에 취임하여 첫 해(당시 37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희수 감독 역시 98년 코치로 일하다가 시즌 중반 강병철 감독 뒤를 이어 한화의 감독대행으로 그 해를 7위로 끝낸 다음 99년(당시 51세) 정식 감독에 올라 한국시리즈 제패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선동열 감독이 2005년 삼성의 사령탑으로 처음으로 팀의 지휘봉을 잡고 첫 해(당시 42세) 라이온즈를 우승 시키는 업적을 쌓았습니다.
위의 네 지도자가 생애 처음 팀의 정식 감독을 맡은 첫 해 초보 감독으로 팀을 정상에 올린 반면 백인천 감독과 김인식, 김성근 감독 등 세명의 지도자는 감독직을 몇 차례 맡거나 수년간 쉬다가 다른 팀에서 첫 해 우승하는 감격을 맛보았습니다.
백인천 감독은 MBC 청룡 감독으로 82~83년을 지낸 후 6년간 야인생활을 한 후 90년 MBC 뒤를 이은 LG의 사령탑으로 취임해 첫 해(당시 47세) 패권을 차지했습니다.
김인식 감독은 쌍방울 감독으로 91~92년 일하다가 2년간 쉰 후 1995년 OB 감독을 맡고 첫 해(당시 48세) 우승의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김성근 감독은 84년 OB 베어스부터 2002년 LG 감독까지 19년간 다섯 팀에서 한번도 우승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으나 2007년(당시 65세) SK 감독에 오르자마자 챔피언 타이틀을 따냈습니다.
프로야구 30년간 감독이나 감독대행직을 수행한 지도자는 총 56명입니다. 이중 생애 처음으로 팀을 맡아 감독으로 우승 시킨 사람은 4명이고 새 팀에서 첫 해 우승을 맛본 지도자가 3명뿐으로 팀을 맡자마자 정상에 오른다는 것을 대단한 업적입니다.
프로야구 감독은 성적에 따라 물갈이 심한 대표적인 직종입니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많은 3명의 새내기 감독이 선을 보입니다. SK의 이만수(54) 감독은 지난 해 8월 전격적인 김성근 감독의 사퇴에 따라 대행직을 맡다가 올해부터 정식 사령탑을 맡았습니다. 전임 김성근 감독이 52승41패로 3위를 기록한데 이어 이만수 감독대행은 19승18패3무승부로 3위를 유지하고 포스트시즌에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해 준우승을 거두었습니다.
LG의 김기태(43)감독은 트윈스의 2군감독으로 일하다가 박종훈 감독의 사퇴에 따라 첫 감독직을 맡았고 두산의 김진욱(52) 감독은 퓨처스 투수코치를 역임하다 지난 해 김경문 감독-김광수 감독대행에 이어 처음으로 감독직에 올랐습니다.
타격 3관왕 경력의 명포수로 다혈질의 이만수 감독이나 강타자 출신의 강인한 이미지를 풍기는 김기태 감독과 사이드암스로우로 명성을 날린 덕장 스타일의 김진욱 감독, 3명의 지도자는 지난 해 새내기 감독이었던 류중일 감독과 양승호 감독에 비해 여건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류중일 감독은 전임 선동열 감독이 그 전 해 준우승을 시켰는데도 그룹 고위층의 ‘일류주의’방침에 따라 갑자기 물러나 사령탑을 맡아 반박자 빠른 수비와 기동력 강조를 하면서 넉넉한 성품을 보여줘 우승에 성공했습니다.
양승호 감독은 전임 로이스터 감독이 3년연속 ‘가을야구’에 진출 시켜 8년간 하위팀에서 헤매던 롯데 이미지를 올려놓았으나 구단 고위층의 우승 갈망으로 퇴임하여 LG 코치로 있다가 지휘봉을 잡고 팀 성적의 극과 극을 달리다가 후반기에 치고 올라가 리그 2위를 차지했습니다.
두 감독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압박감을 받아 부담이 가중됐지만 팀 전력은 큰 변동이 없어 선수단을 다지는 일에 열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SK나 LG는 지난 해에 비해 전력 누수현상이 상당하고 두산은 선수 보강이 별로 없어 세명의 초보 감독은 올해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SK는 마무리 정대현과 주축투수 이승호가 팀을 떠나 마운드에 구멍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에이스 김광현과 송은범, 엄정욱 등 주전투수들의 부상 회복이 늦어지고 있어 다른 팀들이 만만한 상대로 여길만 합니다. 최고의 포수 박경완은 아킬레스건 부상에서 회복 중인데 그가 컴백하면 가세한 조인성의 타격도 살아나는 2중효과를 거둘 것이고 어깨 재활 중인 좌완 김광현과 우완 에이스 송은범의 복귀 시기가 팀의 성적을 좌우할 것입니다.
두산은 지난 해 우승 후보 0순위였다가 5위로 추락한 원인 중 가장 큰 마운드의 부실한 점을 어느 정도 메우느냐가 문제입니다. 김선우-더스틴 니퍼트로 이어진 원투펀치는 8개 구단 가운데 최고였으나 그 뒤가 없습니다. 마무리에서 선발로 전환한 이용찬, 스캔들에 휘말려 이탈했던 임태훈이 살아나야 하고 새로 온 마무리 스캇 프록터의 활약 여부가 관건입니다.
LG는 박현준과 김성현 두명의 일급 투수들이 경기조작으로 구단에서 퇴출돼 안팎이 어수선하고 조인성, 이택근, 송신영 등 타격과 투수력의 핵심이 다른 팀으로 떠나 커다란 공백이 생겨 엎친데 덮친 격이 됐습니다. 팔꿈치 수술에서 회복돼 시즌 중반 복귀할 봉중근이 투지가 넘치는 투구를 보여주어야 팀 전체가 활기를 되찾을 것입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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