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공시' 최은성, "1%의 가능성에 희망 건다"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12.03.14 07: 21

[OSEN=김희선 인턴기자] "축구화를 신고 운동장을 밟을 수만 있다면 좋다고 생각했다. 그 1%의 가능성에 희망을 걸었다".
전화 속 최은성(41)의 목소리에는 생기가 돌았다. 벼랑 끝까지 밀려 은퇴의 기로에 섰던 '레전드' 최은성은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대전 시티즌을 떠나 선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단 1%의 가능성에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최은성은 지난 12일 대전 시티즌 구단에 자유계약선수(FA) 공시를 요청했고 구단도 이에 응했다.
"신문 기사를 보고 아내가 알려줘서 알았지 그런 게(FA 공시 요청)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이적을 해본 적이 없으니 언제까지 뭘 신청해야 하고 등록을 해야 하고… 이런 걸 하나도 모르다가 이번 사태 이후에 우연히 알게 됐다"고 고시 허가 요청의 배경을 밝힌 최은성은 쑥스럽게 웃었다. 한 구단에서만 15년을 뛴 선수에게 '이적'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낯설었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답이었다.

현재 대전 구단은 진장옥 대표 대행의 서명을 받은 자유계약선수 공시 요청서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보낸 상태다. 이에 따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최은성을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하면 오는 26일까지 타 구단으로 이적이 가능해진다. 꼼짝없이 은퇴의 기로에 섰던 최은성에게 선수로 뛸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리는 셈.
"솔직히 누가 날 데려가겠나 싶다. 하지만 다시 축구화를 신고 그라운드에 설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에 1%의 가능성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는 최은성의 말은 그만큼 절박했던 심정을 대변했다.
'대전 레전드'라는 수식어가 이름처럼 자연스러운 최은성이다. 어떤 이유로든 정들었던 팀을 떠나게 된 만큼 그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다른 팀에서 한 번도 뛰어 본 적 없는 그에게 이적해서 다른 팀 소속으로 대전과 만나게 되면 어떨 것 같은지 물었더니 "아직 생각도 못 해봤다"며 "기분이 너무 이상할 것 같다. 내가 직접 경기에 뛰든 안 뛰든 만감이 교차할 것 같다"고 답했다.
대전 홈 개막전이었던 전북전은 "차마 보지 못했다"고 답한 최은성이지만 침묵 시위에 이어 전반 21분부터 응원전을 펼친 대전 팬의 '최은성 타임' 이야기는 전해들었다고 한다.
대전을 떠나게 된 '레전드'는 "나 하나때문에 다른 누구보다 대전 팬이 가장 많이 힘들어했던 것 같다. 팬의 사랑은 마음 깊이 받았고 충분히 알았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며  "그래도 선수들을 위해, 대전을 위해 제 자리로 돌아가서 경기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 사람의 축구선수로서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는 1%의 가능성을 위해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로 이적을 기다리게 된 최은성. 최은성은 "더 멋진 모습으로, 어디든 그저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도록 마음으로 빌어주셨으면 한다"고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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