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극 '샐러리맨 초한지'(이하 초한지)가 '사필귀정'이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종영했다. 3개월간 쉼 없이 달려온 '초한지'는 마지막까지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기막힌 반전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
지난 13일 오후 방송된 '초한지' 최종회에서는 결국 모가비(김서형 분)의 죄가 모두 밝혀지면서 유방(이범수 분)과 백여치(정려원 분)이 천하그룹 회장에 자리에 오르게 되는 '해피엔딩'이 전파를 탔다. 특히 죽은 줄로만 알았던 차우희(홍수현 분)는 가까스로 살아나 최항우(정겨운 분)와 미래를 약속했고, 끝까지 모가비 옆을 지켰던 박범증(이기영 분)도 유방에게 진시황(이덕화 분)의 친필 유서를 넘겨주며 유방과 여치의 행운을 빌었다.
'초한지'는 단순한 코믹 드라마가 아니었다. 돈과 권력에 눈이 먼 인간의 탐욕을 캐릭터에 담아 코믹터치로 그려냈다. 시청자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폭소를 자아내기도, 씁쓸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렇다면 '초한지'는 시청자에게 무얼 남겼을까.

#. '웃음'을 남겼다
'초한지'의 등장 배우 모두 개그감으로 시청자에 폭탄 웃음을 선사했다. 뜻밖의 인물들이 의외로 코믹연기의 '본좌'로 등극했다. 워낙 코믹연기에 능숙했던 이범수는 1회부터 22회까지 모든 대사를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소화했고, 애드리브로 본인과 상대방의 연기에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5개 국어로 욕이 가능한 정려원은 대사 중 대부분이 '삐~'로 처리될 정도로 거친 입담을 자랑했고, 엄친아 정겨운도 진중하지만 허당끼 짙은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홍수현 또한 전작 공주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술만 먹으면 꽐라대는(?) 귀여운 술주정뱅이 연기를 선보였다. 이 외에도 윤용현, 김일우, 양형욱, 김성호 등이 코믹연기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안겼다.
#. '눈물'을 남겼다
코믹한 드라마라는 이미지가 강한 '초한지'에도 슬픔은 있었다. 의지할 사람이라곤 할아버지 이덕화 밖에 없었던 정려원은 이덕화가 시력을 잃게 돼 가는 모습을 보면서 슬픈 마음과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며 폭풍 눈물을 흘렸다. 또 할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김서형에게 무작정 달려드는 정려원을 막은 이범수에게 정려원은 서운한 감정을 느끼며 오열하기도 했다.
정겨운-홍수현 커플의 슬픈 사랑도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마지막 회에서 정겨운은 사랑하는 여인 홍수현이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것을 알게 돼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쏟으며 끝까지 함께 있을 것을 맹세했다.

#. '공감'을 남겼다
'초한지'는 웃음, 눈물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메시지도 함께 담았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사회풍자'를 '초한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천하그룹에서 팽당한(?) 이범수는 팽성실업은 차리고 사장 자리에 오른다. 팽성실업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그에 대한 보상을 받기는커녕 회사에서 쫓겨나고, 회사직원들을 부려먹기만 하고 파업에 참여하면 해고시키는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게 위해 설립한 기업이다.
팽성실업과 천하그룹 공장 시위를 통해 이범수는 노사의 갈등, 대기업의 하청업체 후려치기, 한진중공업 사태 등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며 사회성을 담은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또 천하그룹 내에서도 부사장직을 차지하기위해 치열하게 서로를 짓밟고 소위 말하는 '라인'을 타는 장면은 샐러리맨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드라마 '초한지'는 중국 고서 '초한지'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더 이상 명배우들의 명연기와 명품드라마의 명품스토리는 볼 수 없게 됐다. 종영의 아쉬움이 더 큰 이유는 '초한지'가 시청자와 웃음, 슬픔, 공감을 공유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편 '초한지'는 자체최고시청률 21.7%(AGB닐슨, 전국기준)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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