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
조곤조곤한 목소리지만 그 속에서는 패기가 넘쳐 흐른다. 임창용(36, 야쿠르트)을 넘어서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던 SK 신인 사이드암 임치영(24)이 똑부러진 각오를 다졌다.
임치영은 1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마무리 투수로 등판, 세이브를 기록했다. 유재신과 송지만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임치영은 박병호마저 3루 땅볼로 처리했다. 비록 연습경기였지만 신인 투수 입장에서는 벅찬 감격이 될 수 있는 홈경기장의 첫 실전 무대였다. 미국 플로리다 캠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SK 신인이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SK에 7순위, 전체로는 67번째로 지명된 임치영은 "문학구장이 편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홈구장이라 그런 것 같다"고 여유를 보인 뒤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고 자신감을 한껏 드러냈다.
미국 플로리다 1차 캠프 때는 "현역 사이드암 중 최고는 임창용 선배다. 폼도 역동적이고 파워풀한 구위가 멋있다"면서 "임창용 선배를 넘어서고 싶다"고 각오를 나타냈던 임창용이었다. 영문 이니셜 'C. Y. LIM'까지 임창용과 똑같다며 웃어보였다.
임치영은 "일본 캠프에서 좋았던 감각이 여기 와서 혹시나 변할까 걱정했다"면서 "아무래도 부진하면 코칭스태프에서 "여기까지가 저 녀석의 한계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은가. 오히려 페이스가 더 좋아지고 있다. 좀더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임치영은 이만수 감독이 염두에 두고 있는 선발 투수 후보 중 한 명이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가진 연습경기에 2차례 등판, 3이닝을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홍백전까지 통틀어도 박재상에게 맞은 홈런이 유일했다. 무엇보다 주자를 내보내지 않고 있어 세트포지션으로 던진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다.
"경쟁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좋다"는 임치영이다. "선발이든 마무리든 중간이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임치영은 "모든 것은 감독님이 기회를 주셔야 할 수 있는 것이다. 던진 이닝수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하지만 오히려 더 좋다. 짧게 던져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고 그 결과를 통해 나에 대한 믿음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특히 "기회를 주시면 다 잡아 먹어 버릴 것"이라는 임치영은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이 재미있다"면서 "투수는 불안할 때 걱정을 한다. 하지만 나는 올라갈 때마다 '이번에는 어떻게 표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임치영에 대해 이만수 감독은 "좀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제일 대담하게 잘던진다"고 기분 좋게 웃어보였다. 이미 미국 플로리다 캠프에서부터 "가진 재능은 물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친구다. 미국 인스트럭터로부터 최고라는 찬사까지 들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이 감독이다.
고교(성남서고) 2학년 때 유급을 한 임치영이다. 다른 신인들보다 더 잘하고 싶은 열망을 숨기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인들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SK다. 과연 올 시즌 임치영이 6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목표로 내건 SK 마운드 한자리를 차지할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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