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들의 욕설, 영화라서 용서됩니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3.14 17: 15

배우 한가인이 영화 '건축학개론'(22일 개봉)에서 '욕설 연기'를 펼쳐 보는 이를 깜짝 놀라게 한다. 영화 속 술에 거나하게 취한 한가인은 "아 x발, x같아"라고 허공에 소리치며 눈물을 흘린다. 물론 이 상황에서의 욕은 동정과 연민을 느끼게 하는 자기 한탄에 가깝기에 일반 욕설 연기와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곰곰히 돌이켜보면, 영화는 여배우들에게 뭔가 특별한 공간이다. '여신급'으로 추앙받는 여배우들도 '연기 변신'이란 이름 하에 영화에서 육두문자 욕을 하는 것이 허용된다. 물론 최근 SBS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정려원이 천하그룹 회장의 손녀 여치로 분해 새빨간 머리에 진한 화장을 하고, 아무에게나 욕설을 퍼부어 눈길을 끌었지만, 결국 음소거로 처리되지 않았던가.
여신의 목소리 그대로 여과없이 욕이 흘러나올 수 있는 곳은 TV로 라디오도 아닌 영화에서만 가능하다.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실.

한가인에 앞서 수애도 욕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지난 2010년 영화 '심야의 FM'에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욕설을 날려 화제가 됐다.
영화에서 수애는 유명 아나운서이자 라디오 DJ인 고선영 역을 맡아 생방송 중 가족을 인질로 협박전화를 걸어온 정체불명의 청취자 한동수 역을 맡은 유지태와 절체절명의 사투를 벌인다.
극중 수애는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유지태가 전화로 요구하는 미션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시켜야 하는 극한의 상황에 처하자 욕을 한다. 내용상으로 보면 진작에 날렸어야 할 욕이지만 수애이기에 참다 참다 한 분위기다. 짧은 욕이었지만 '분위기 여신' 수애가 내뱉은 욕이라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수애는 당시 인터뷰에서 "최대한 강하게 몰입했다. 실컷 욕하니까 시원했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좀 더 화끈해도 좋았을 법한 아쉬움이 남는 욕설도 있다. 이나영은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하울링'에서 기존의 이미지를 뛰어넘는 욕설과 액션이 난무하는 형사 역을 소화해냈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하울링'에서는 신참 여형사라 그럴까. 생각보다 이나영의 욕설은 그다지 기억에 남는 부분이 없다. 이나영의 액션 본능은 동의하지만, '거칠게 욕설을 내뱉는 형사'라기 보다는 욕설을 가미한 여형사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쨌든 스크린은 여신에게 욕이 허용된 공간이다. 원래 욕을 안 하던 사람이 할 때 더욱 강력한 반향이 있듯이 청순하고 여리여리한 여배우들은 '연기 변신'의 여러 장치 중 하나로 잘 써먹으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듯 하다. 여신의 욕을 듣고 싶으면 극장으로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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