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가 빠진 거인군단의 베스트 라인업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롯데 자이언츠는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연습경기를 가졌다. 경기 결과는 0-4 패배. 일본 가고시마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렸던 두 팀은 현지 기상조건 악화로 많은 연습경기를 치르지 못했고, 17일 시범경기 개막에 앞서 사직에서 두 차례 연습경기를 더 갖기로 했다.
이날 롯데는 전지훈련 캠프서 구상했던 주전 라인업을 그대로 가동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대호가 일본으로 이적한 뒤 롯데는 공격력 약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타순 구성에 힘을 쏟아왔다. 이대호가 떠난 1루 주전은 박종윤이 일찌감치 낙점됐고, 4번 타자는 전준우와 경합을 벌인 끝에 홍성흔이 결정된 바 있다.

무엇보다 이날 롯데는 예상 타순까지 그대로 들고 나왔다. 양승호 감독의 캠프 구상에 따르면 1번 김주찬과 2번 조성환으로 테이블세터를 구성해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 놓고 정확한 팀배팅으로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낸다.
클린업트리오는 전준우-홍성흔-강민호가 맡아 출루한 주자를 쓸어 담는다. 4번 자리에 홍성흔과 전준우를 놓고 저울질을 한 결과 장타력과 득점권에 강한 홍성흔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일발장타가 빛나는 강민호가 5번 타순에서 주자를 불러들이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해 외야수부문 골든글러브를 탔던 손아섭은 6번 타순에서 마음껏 휘두르도록 둔다. 이대호가 떠난 뒤 1루수를 차지한 박종윤이 7번을 치며 하위 타순과의 연결고리가 되고 지난해와 동일하게 황재균이 8번, 문규현이 9번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이날 롯데는 1번 김주찬부터 5번 강민호까지 예상 타순을 그대로 가동했다. 김주찬은 1회 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했고, 부활을 다짐하는 2번 조성환은 3타수 2안타로 분전했다. 4번 타자 홍성흔 역시 3타수 2안타로 여전한 타격감을 뽐냈다.
다만 손아섭의 부상 회복이 더뎌 시즌 초반 우익수 포지션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날은 6번 타순에 손아섭이 빠지는 대신 예상 타순에서 한 자리씩 올라왔고, 우익수 후보 이승화가 9번에 배치됐다. 롯데는 이승화 외에도 우익수 후보인 황성용과 김문호를 모두 출전시켜 기량을 점검했다.
그렇지만 롯데 타순은 안타 9개, 볼넷 2개를 얻어내고도 한 점도 올리지 못했다. 무엇보다 집중력이 아쉬웠다. 집중타는 나오지 않았고 안타 9개가 7이닝에 거쳐 골고루 분산됐으며 이번 캠프동안 팀 배팅 훈련에 주력했음에도 불구, 아직 성과가 드러나지는 않았다.
물론 연습경기 한 경기일 뿐이다. 시즌 개막까지는 3주 이상이 남아있고, 15일 두산과의 연습경기를 포함해 시범경기까지 총 15경기나 더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이대호가 빠졌더라도 롯데 타선은 여전히 탑"이라고 입을 모은다. 베일을 벗은 롯데 타선이 예전과 같은 파괴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롯데의 시범경기 핵심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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