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박찬호(39, 한화)가 한국 땅에서 첫 실전투구를 펼쳤다.
박찬호는 1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 4⅔이닝 5피안타 2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62개의 공을 던졌고 최고 구속은 148km였다.
이제 겨우 첫 등판이고 공식 경기도 아니었기 때문에 당장 올 시즌 박찬호의 모습을 예상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어쨌든 이날 박찬호는 공이 높게 형성되며 컨트롤에 애를 먹었고 실점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즌 개막까지 아직 3주의 시간이 남았고 쌀쌀한 날씨에도 최고 구속이 148km까지 나왔다는 점은 청신호다. 시즌 개막에 맞춰 컨디션이 정상적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기 후 SK 이만수 감독은 “박찬호가 나온다고 해서 베스트 라인업을 다 가동했다”며 “역시 공이 빠르고 직구도 수준급이었다. 그리고 퀵모션이 빨라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는 데 어려울 것 같다”고 박찬호의 올 시즌 활약 가능성을 높게 봤다. 특히 박찬호의 컷패스트볼에 대해 “마치 마리아노 리베라를 보는 것 같았다”며 “(박)찬호가 지금 상황에서 이정도면 수준급이다. 시즌에 들어가면 잘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일단 구위만 놓고 본다면 박찬호의 성공 가능성은 높다. ‘코리안특급’으로 불릴 만큼 타고난 어깨와 근력은 40살에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했다. 적극적으로 몸쪽 공을 구사하는 파워피처 박찬호가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2009시즌 필라델피아 불펜 필승조 시절의 모습을 재현할 수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국내로 유턴한 봉중근·김선우·서재응이 모두 1년차 징크스를 겪었던 것을 돌아보면 박찬호에게도 시련이 닥칠 수 있다. 대체적으로 한국 타자들은 메이저리그 타자들보다 짧은 스윙을 구사하며 끈질기게 투수를 물고 늘어진다. 지난 시즌 일본에서 뛰었지만 부상으로 풀시즌을 소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아시아 타자들에게 완벽히 적응했다고 보기엔 힘들다.
박찬호가 아무리 힘으로 윽박지르더라도 타자들이 커트에만 전념한다면 체력소모를 피할 수 없다. 파워피처에서 팔색조 투수로 전향한 뒤 에이스로 올라선 김선우의 경우처럼 정면승부만이 아닌 때로는 돌아가는 투구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그리고 타자들에 대한 집중 분석 역시 꼭 이뤄져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몸 상태다. 김선우·서재응·봉중근은 한국 무대 복귀 1년차 때 부상을 피해가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풀 시즌을 소화하고 국내로 유턴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최고의 컨디션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국내 첫 시즌을 치렀다. 박찬호도 지난 2년 동안 햄스트링 부상을 겪으며 2009년 이례로 풀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게다가 시즌 초에는 꽃샘추위 속에서 등판을 감행해야 하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다.
‘코리안특급’의 한국무대 성패는 적응력과 부상방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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