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시즌 시작 전부터 야구 열기가 뜨겁다.
특히 17일부터 총 56번의 시범경기가 시작된다. 시범경기에 대해 감독들은 "시즌 전 준비의 일환일 뿐"이라고 일축하지만, 팬들은 올해 팀의 전력을 미리 훑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기 마련이다.
1983년부터 생긴 시범경기에서 지금까지 총 6차례(1987년·1993년 해태, 1992년 롯데, 1998년 현대, 2002년 삼성, 2007년 SK) 시범경기 1위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었다. 역대 시범경기 1위 팀들은 지난해까지 18차례 4강 안에 들어 가을 야구를 경험했다.

그러나 반대로 시범경기에서 1위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것도 11번이나 된다. 시범경기에서 1위를 하고 정규 시즌에서는 최하위에 그친 것도 2차례(1997년 롯데, 2006년 LG)가 있다. 팬들에게 시즌 전 큰 기대만을 심어준 셈이다.
지난해 시범경기 성적도 그리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8승5패로 시범경기 1위를 차지한 롯데는 패넌트레이스 2위로 4강 안에 들었다. 그러나 공동 2위를 차지한 두산(7승5패)과 넥센은 각각 최종 5위와 8위에 그쳤다. 4위를 했던 LG(7승6패)도 6위에 그쳐 시범경기 상위팀 중 롯데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반면 시범경기 최하위 팀 SK(4승8패)는 패넌트레이스 순위 3위로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지금까지 시범경기에서 가장 많이 1위를 차지한 팀은 롯데다. 지금까지 9번(1992년, 1995년, 1997년, 1999년, 2000년, 2005년, 2009년~2011년) 1위를 차지했다. 특히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시범경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익히 알려진 대로 롯데의 마지막 우승은 1992년. 올해도 우승하지 못하면 롯데는 20년 연속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다.
반면 1982년 프로야구 개막 후 지난해까지 10번(1983년, 1986년~1989년, 1991년, 1993년, 1996년, 1997년, 2009년)의 우승으로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팀이 된 KIA는 해태 시절까지 합쳐도 시범경기 1위가 4번에 불과하다. 즉 시범경기 성적은 팬들의 기대와 다르게 큰 의미가 없다.
시범경기 성적과 정규 시즌 성적이 차이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한 구단 감독은 "선수들이 처음부터 보여주고 싶어 오버 페이스를 하게 되면 그만큼 일찍 체력이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시즌 막판에 가서 팀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감독들이 시범경기를 개막 전 실험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이유도 크다. 팀들은 시범경기에서 다양한 전력 시험을 통해 개막 엔트리를 꾸린다. 탄탄한 전력을 가진 팀은 다양한 경우의 수로 라인업을 짜볼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시범경기에서 성적이 부진하더라도 시즌 중 팀을 운용하기가 쉽다.
그러나 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마음이야 시즌, 비시즌을 불문하고 항상 '내 팀'이 이기는 것이 좋을 터. 올해도 봄부터 가을 야구에 대한 환상을 키워주는 돌풍의 팀이 나타날 수 있을까. 시범경기 개막이 단 이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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