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 “무지개 보고 ‘화차’ 대박 예감했죠”[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2.03.15 09: 30

요즘 이 여배우 앞에는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 ‘연기파’, ‘재발견’, ‘여우주연상 후보 0순위’.
나이 31살, 데뷔 13년차. 김민희 그에게는 항상 하이틴 스타 내지 패셔니스타라는 닉네임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영화 ‘화차’는 김민희에게 새로운 타이틀을 던졌다. ‘연기파 배우 김민희’
그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 보면 모델계에서 떠나 연기자로 처음 데뷔한 작품이 1999년 드라마 ‘학교2’다. 이후 김민희는 발연기라는 혹평을 받으며 꽤나 힘든 연기자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 김민희, 대중과 친해질 준비는 돼 있다.
그런 김민희에게 배우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게 된 계기가 있다.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굿바이 솔로’(2006) 출연이다. 김민희의 연기인생은 ‘굿바이 솔로’ 전과 후로 나뉠 정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민희는 이 드라마 이후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대중과 가깝지 못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굿바이 솔로’만 기억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드라마와 영화 모두 흥행을 못해 많이 보여주지 못해서 오래된 작품인데도 기억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화차’가 흥행에 성공해서 많은 분들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역시 대중과 친한 매체는 텔레비전이라고 했던가. 아무래도 유명한 예능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비치거나 히트한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이 대중의 인지도는 얻는 데는 가장 쉬운 방법 중의 하나다.
“할아버지들이 저는 못 알아보세요.(웃음) ‘1박2일’ 명품조연 특집에 나왔던 분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걸 보면 브라운관의 힘이 대단한 것 같아요. 나도 기회가 되면 흥행하는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긴 하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이 있으니까 기대에 저버리지 않는 연기를 하면서 천천히 가면 이렇게 ‘화차’를 통해 인정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김민희가 지금까지 출연했던 드라마와 영화들이 흥행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좋다. 가요계에는 가수들이 녹음실에서 귀신을 보면 앨범이 대박이 난다는 정설이 있듯이 김민희는 ‘화차’ 첫 촬영 때 대박의 조짐을 선명하게 목격했다.
“‘화차’는 정말 하늘이 도와준 작품이었어요.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다른 영화들 촬영은 지연됐다고 하던데 우리는 비가 올 때 세트촬영에 들어갈 타이밍이었어요. 그리고 정말 기분이 좋았던 건 첫 신 촬영을 하고 나서 하늘에 무지개가 떴어요. 진짜 크고 선명한 무지개를 두 번이나 봤죠. 무지개를 어렸을 때 보고 처음 봤던 거예요. 휴게소에서 행인들이 무슨 영화냐고 물어보면서 대박나겠다고 했죠.”(웃음)
◆ 김민희, ‘화차’에서 원 없이 뛰어놀다.
김민희는 변영주 감독을 ‘관찰력이 뛰어난 감독’이라고 표현한다. 관찰력이 뛰어나다는 것 곧 배우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각각의 것을 각 신에 맞게 끄집어 낼 줄 안다는 것을 말한다.
“감독님이 나에게 ‘화차’ 시나리오를 준 것에 대한 신뢰가 있었어요. 지금까지 들어왔던 시나리오와 장르와 캐릭터가 달랐죠. 지금까지 매체나 광고를 통해서 만들어져 있는 나를 보지 않고 깊이 관찰했다는 점에서 정말 기뻤고 함께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변영주 감독은 배우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기량을 100% 끌어내 배우에게 숨겨져 있던 새로운 색깔을 입힐 줄 아는 감독이었다.
“찍으면서 실망했던 점이 단 하나도 없었어요. 배우가 감독을 따라오게끔 마음을 열게 해주는 힘이 있어요. 감독님이 ‘얘가 어디까지 하나 보고 싶었다’고 말했어요. 감독 혼자가 아니라 감독과 배우가 함께 작품을 만든다는 느낌이었죠. 좋은 장면을 뽑아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고 전혀 부담이나 불편했다는 거는 없었어요. 그래서 촬영장 분위기가 좋다고 소문이 많이 났을 거예요.”(웃음)
김민희는 부담이나 불편함이 전혀 없었기에 처음 시도했던 극중 강선영이라는 캐릭터에 쉽게 빠질 수 있었다. 감독에 대한 깊은 신뢰와 충격적인 비밀을 간직한 미스터리한 여인 선영에 대한 강한 열망이 지금의 김민희를 만들었다.
“선영이 캐릭터를 보고 눈물이 났고 감정 따라가기가 쉬웠어요. 극한 상황까지 몰리면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충분히 이해가 되면서 동정심과 연민을 느꼈죠. 그래서 오히려 편하게 선영이를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민희는 ‘화차’를 통해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그가 완벽한 연기와 흥행을 동시에 잡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단언한다. 그가 앞으로 채워나갈 필모그래피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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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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