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정겨운 "다양한 연기하는 것이 진짜 배우"[인터뷰]
OSEN 장창환 기자
발행 2012.03.15 17: 27

지난 13일 종영한 SBS 월화극 '샐러리맨 초한지'(이하 초한지)에서 정겨운은 천하그룹 본부장 최항우로 분해 진시황(이덕화 분)에게 복수를 꿈꾸며 냉철한 연기로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연인 차우희(홍수현 분)에게는 한 없이 다정하고 헌신적인 모습으로 로맨틱한 면도 보여주며 팔색조 연기를 펼쳤다.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정겨운은 다소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밝게 웃으며 '초한지' 종영 소감을 전했다.

"'초한지' 시청률이 조금 아쉽다.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도 정말 좋았다. 그래서 우리도 MBC '해를 품은 달'처럼 시청률 40%를 찍을 줄 알았다.(웃음) 조금씩 올라가더라. 그래도 지금껏 내가 한 작품 중에서는 가장 기분이 좋은 드라마다."
'초한지' 마지막 촬영은 최종회 방영 당시인 13일까지 이어졌다. 정겨운은 앞으로 여러 스케줄을 소화하며 활동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재 밀린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어제는 축구 경기도 보러 갔었다. 그리고 17일에는 KBS 2TV 드라마 '로맨스타운' 프로모션 차 일본에 가게 됐다. 그래서 그런지 '초한지'가 끝났다는 사실이 실감이 안 된다.(웃음) '초한지' 종방연을 다녀왔는데도 아직 뭔가 더 남은 것처럼 허탈한 기분이다."(웃음)
'초한지' 최종회에서 정겨운과 홍수현의 뒷이야기는 담기지 않았다. 시청자에게 많은 궁금증을 남겼지만, 정겨운 본인은 엔딩에 만족하고 있다.
"나도 최종회를 보지는 못 했다. 사실 항우와 우희 둘 다 죽는 것이 원래 고서 '초한지' 내용이다. 항우와 우희의 1년 뒤 모습이 그려졌다면 '왠지 식상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웃음) 그래도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같다. 항우을 끝까지 멋있게 그려준 작가님에게 고마웠다."
극 중 항우는 한신(양형욱 분)과 우희가 목욕하는 장면을 호기심 있게 몰래카메라로 엿보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장면이 정겨운에게 가장 기억이 남는 장면이다.
"'초한지' 촬영하면서 대부분의 장면이 재밌었는데, 우희가 목욕하는 장면을 우희의 목걸이에 달려있는 카메라를 통해 보는 장면이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 걸 보면서 표정을 짓는 건데 마치 야동(야한 동영상)을 보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재밌었다.(웃음) 나중에 방송으로 봤는데 잘 나왔다. 또 모든 에필로그 신들도 기억에 남는다. 에필로그는 거의 다 애드리브다. 내 순발력도 다시 체크할 수 있었다."
극 중 항우는 식물인간 판정을 받은 우희와 영원한 사랑을 다짐한다. 정겨운도 항우처럼 지고지순한 사랑을 추구한다. 운명의 여자를 만나면 그 여자에게 모든 애정을 쏟을 거라고 한다.
"항우는 사랑에 대해서는 지고지순한 스타일이다. 내가 만약 항우와 같은 상황에 처하면 쉽지는 않겠지만, 운명의 여자를 만나면 그 여자만 사랑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홍수현과의 호흡도 자랑했다. 정겨운은 홍수현의 엉뚱한 면이 자신이 봐도 사랑스럽다고 한다.
"촬영 중 사실 홍수현과는 사적으로 대화를 많이 하진 않았다. 홍수현과 나는 대본에 빠지면 캐릭터에 빙의 돼서 '항우'와 '우희'로 대화를 했다. 두 세 번 우희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낀 적 있다. 배역에 몰입하다 보니 차우희의 엉뚱한 면에 반했었다.(웃음) 내가 봐도 차우희라는 여자는 사랑스럽다."
정겨운은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연상의 여인과 호흡을 맞췄다. 다음 작품에서는 연하의 연기파 배우와 함께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연기파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나보다 연하인 연기파 배우 박민영, 김소은과도 연기해보고 싶다."(웃음)
정겨운이 '초한지'를 선택한 이유는 항우는 피도 눈물도 없는 강한 남자이기 때문이다. 또 감독님의 추천도 '초한지'에 출연한 이유 중 하나다.
"항우는 정말 강한 남자다. 그동안 피도 눈물도 없는 강한 남자 역할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우희 앞에서는 꼭 그런 남자도 아니더라.(웃음) 고서 초한지의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도 정말 좋았다. 감독님도 나에게 그 역할이 어울릴 것 같다고 말해줘 기분이 정말 좋았다."
'초한지'는 정겨운에게 힘들었지만 즐거운 드라마였다. 또한 '초한지'를 통해 남자팬들도 많이 생겼다고 깜짝 고백하기도 했다.
"촬영을 하면서 '드라마가 이렇게 힘들 수도 있구나'고 생각했다. 한 신 한 신 다 즐거울 순 없는 건데 정말 즐거웠다. 내가 만약 '초한지'에 캐스팅이 되지 않았어도 시청자로서 '초한지'를 즐겨봤을 것 같다. 남자들도 많이 좋아하는 드라마였다. 남자팬들도 생겼다."(웃음)
정겨운은 약 4개월의 촬영 기간 동안 대부분의 배우들과 친해졌다. 특히 정려원과는 잘 통했다고 한다.
"정려원과 많이 친해졌다. 연기에 대한 마인드가 거의 일치했다. 정려원과 나는 진심이 우러나지 않으면 안 울고, 진심이면 묻어날 때 운다. 이처럼 비슷한 면이 많아서 잘 통하더라. 다음에는 상대역으로 한번 만자는 얘기도 나눴다. 또 김서형 누나는 이것저것 가르쳐주고 많이 토닥거려줬다. 촬영하면서 많이 힘이 됐다. 이범수 형은 촬영하기 전부터 친분이 있었다. 범수 형은 유방이라는 캐릭터에 항상 몰입해 있었다. 나도 항우에 몰입을 할 수 있게 해줬다. 연기적으로 좋은 상대였던 것 같다."
그동안 드라마에 등장하는 본부장이나 부사장의 역할이 다소 따분하고, 진중하고, 무거운 느낌이었다면, 정겨운은 최항우를 통해 때로는 허당끼있고, 귀여운 본부장/부사장의 모습을 보여줬다. 정겨운도 이런 항우의 캐릭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내가 바라는 항우의 모습과 작가가 생각하는 항우의 모습이 일치했다. 항우는 '누구를 만나면 인간적으로 변하는 그런 사람일 거다'는 생각을 했다. 우희랑 연기할 때는 나의 본모습이 나온 거고, 일할 때 항우의 모습은 만들어진 정겨운이었다. 그러다보니 정말 재밌는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 같다. 그래서 끝까지 재밌게 연기하고 항우의 캐릭터에 만족했다. 항우를 통해 시청자에게 여러 모습을 많이 보여준 것 같다."
드라마 '싸인', '로맨스타운', '초한지' 등 정겨운은 쉴새 없이 작품 활동을 계속해 왔다. 다음에는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그동안 드라마로 달려왔으니깐 영화를 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쉼 없이 연기를 하고 싶어 했다. 운이 좋게도 작품 제의가 계속 들어오더라. 참 신기한 것 같다.(웃음) 영화에 도전한다면 정말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다."
정겨운은 한 가지 캐릭터에 국한되는 것 보다는 다양한 연기를 하는 것이 진짜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제 진정한 30대로 접어든 정겨운은 여러 캐릭터를 모두 소화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이제 진정한 30대로 거듭나는 시간이다. 연기력으로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 배우가 한 가지 연기만 잘 한다면 이는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러 연기를 보여주고 소화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어떤 연기든지 다 좋다."
드라마 촬영 중에 가장 많은 조언을 준 사람으로 정겨운은 범증(이기영 분)을 꼽았다. 드라마 시작 전에도 만나서 연기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이번에 범증으로 나왔던 이기영 선배가 연기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 지금껏 어느 작품에서도 이렇게 조언을 해준 선배는 없었다. 드라마 들어가기 전에 이기영 선배를 만나서 연기수업을 받기도 했다. 이 기간을 통해 항우가 만들어진 것이다. 나중에 작품 제의가 들어오면 이기영 선배에게 조언을 구해야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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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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