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손시헌’ 허경민, 중견수 투입된 이유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3.16 06: 36

주전 유격수가 점찍은 ‘10년 후 후계자’는 제 포지션이 아닌 중견수 자리에서 타구를 주시했다. 2008년 캐나다 세계 청소년 선수권서 주전 유격수로 우승을 이끌었던 4년차 유망주 허경민(22)은 왜 중견수로 나섰을까.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9년 2차 1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허경민은 데뷔 첫 해를 마치고 곧바로 경찰청에 입단, 2군 최고급 테이블세터 요원 및 유격수로 맹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시범경기를 앞두고는 자기 포지션이 아닌 곳에 서고 있다. 14일 롯데와의 연습경기서 이원석 대신 3루에 투입된 허경민은 15일 경기서는 친구 정수빈과 교체되어 중견수 자리에 섰다.
롯데에 3-4로 패한 15일 경기 후 김진욱 감독에게 허경민의 중견수 투입에 대해 질문했다. “해외 전지훈련에서도 잠깐 훈련하기는 했다”라며 중견수 허경민에 대해 이야기한 김 감독은 만일의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이었음을 밝혔다.

“혹시 모르는 일이라서 허경민에게 외야 수비도 준비할 수 있게 했다. 사실 우리 팀의 현재 1군 외야층이 그렇게 두꺼운 편도 아니고. 발이 빠른 선수라 수비 범위도 넓고 해서 허경민이 잘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허경민 입장에서 봐도 1군에서 기회를 얻어야 하는 만큼 일단 외야 수비를 시켜봤다”.
최근 주전 중견수 이종욱이 가벼운 허리 근육통으로 인해 잠시 훈련을 쉬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지난 1월에는 기대가 컸던 신인 3순위 외야수 이규환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8순위 신인 외야수 신동규는 아직 타격 면에서 아쉬움이 있어 2군에서 훈련 중이다. 전체적으로 따져보면 두산의 1군 외야 뎁스는 다른 팀과 비교했을 때 그리 두꺼운 편이 아니다.
“허경민은 대주자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한 빠른 발의 소유자다. 기본적으로 빠른 발을 갖춰 수비 범위도 넓더라. 또한 팀 내야 선수층이 두꺼운 편이라 허경민이 꾸준한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다. 만에 있을 지 모르는 기존 외야수의 부상도 감안해야 하는 만큼 허경민에게 외야 출장을 지시했다”.
그러나 전례를 살펴봤을 때 선수 본인에게 좋은 전략이 될 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내야수가 외야로 전향했다가 결국 다시는 내야로 돌아오지 못한 케이스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이순철 KIA 수석코치는 1985년 해태에서 데뷔할 당시 3루수로 출장하며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했으나 이듬해 한대화 현 한화 감독의 가세 후 외야로 나섰고 프로 생활 대부분을 외야수로 보냈다.
현재 롯데에서 활약 중인 김주찬은 원래 충암고 시절 투수와 유격수를 오갔다. 그러나 송구 부정확으로 인해 유격수 대신 외야-1루 요원이 되었고 이후 다시는 유격수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덕수고 시절 유격수-3루수로도 나섰던 민병헌(경찰청)은 프로 데뷔 후 내야수로 출장한 경기가 단 한 경기에 불과하다. 외야 전향으로 인해 내야 송구감을 잃었기 때문이다. 주니치 시절 유격수에서 외야로 전향한 이종범(KIA)의 경우도 KIA 복귀 후 대부분 외야수로 나섰다. 롯데에 3루수로 입단한 전준우는 이제 팀의 주전 중견수로 출장 중이다.
수도권 구단의 한 코치는 “내야수였던 선수가 외야로 전향했을 때 다시 내야로 복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포구는 큰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내야 송구 매커니즘이나 세기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미-일을 둘러봐도 1루가 아닌 내외야를 두루 소화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는 소수에 불과하다.
허경민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강견인데다 송구 정확도가 높은 선수라 김주찬, 민병헌의 케이스와는 다르다. 그러나 외야 겸업이 분명 간단하지 않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몸이 옛 감각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나친 비약일 수 있으나 자칫 눈앞의 벼룩을 잡으려다 집을 태울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허경민의 외야 겸업이다. 허경민은 두산이 지명 당시 ‘또래 중 가장 안정적인 수비력을 갖췄다. 훗날 주전 유격수로 뛸 선수’라는 기대감 속에 호명했고 현재 팀의 주전 유격수인 손시헌이 ‘나보다 더 많은 재능을 지닌 후배’라며 자신의 강력한 대체자로 꼽은 유망주다. 결국 선수 본인이 다른 이보다 더욱 많은 연습으로 감을 유지하며 내외야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우려했던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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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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