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재 " '닥꽃밴' 촬영 끝! 죽도록 드럼만 칠래요" [인터뷰]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2.03.16 09: 58

경계인이 가지고 있는 불안함. 배우 이현재를 바라보는 첫 인상이었다. 21세에 가수라는 이름을 얻었고 4년이 지나 연기에 발을 들였다. 이현재는 지금 가수와 연기자라는 두 영역의 경계선을 지나고 있다.
밴드 메이트로 연예계에 입문한 이현재는 tvN 월화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극본 서윤희, 연출 이권)에서 블랙홀보다 강렬한 끌림을 가진 눈빛의 소유자 장도일로 출연했다. 새침하게 한 쪽 귀 뒤로 머리카락을 꽂고 드럼 스틱을 현란하게 돌리는 장도일과 메이트의 드러머로 또, 재즈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이현재, 두 인물은 다른 사람인 듯 같다.
“실제로 장도일하고 저,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닥치고 꽃미남 밴드’ 작가 선생님이 장도일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쓸 때 저를 염두에 두셨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연기를 하다 ‘나랑 비슷한데’라는 생각을 해요. 우선 연주하는 사람이라는 설정이 그럴 거고요,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가정사라든지 하는 부분이 완전히 저와 똑같다고 할 수는 없어도 유추해낼 수 있겠더라고요.”

#드러머 이현재 “사랑한다면 죽을 것 같이.”
이현재의 연기 도전은 ‘닥치고 꽃미남 밴드’가 처음이 아니다. ‘닥치고 꽃미남 밴드’ 작가의 눈에 띈 것도, 연기를 해보겠냐는 제의를 받은 것도 영화 ‘플레이’를 통해서였다. 메이트의 멤버로 함께 활동했던 임헌일, 정준일과 출연한 ‘플레이’에 대해 “다큐에 가까운 영화였지만 나름대로 대사도 있었다”고 강조한다.
“사실 연기라고 보긴 힘들었어요. ‘플레이’를 찍으면서 연기를 해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기회가 되면 하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닥치고 꽃미남 밴드’가 기회가 됐네요. 조금 아쉽기도 해요. 시간이 있었으면 미리 준비를 좀 했을 텐데…. 이번 작품을 계기로 연기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연기의 재미에 눈을 떴지만 이현재라는 사람이 살고 있는 세계는 음악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드라마 촬영은 즐거웠지만 연주자로서의 감을 잃을까 조급했던 것도 사실. “촬영이 끝나면 뭘 하고 싶냐”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 “연습실에 들어가서 한 달 동안 안 나올 생각이다”고 신이 나 말했다.
“아버지가 바이올린, 어머니가 피아노. 부모님, 두 분 다 음악을 하셨어요. 아주 어려서 바이올린을 배웠는데 얼마나 싫었으면 그 어린 애가 바이올린 가방을 발로 차면서 집에 가더래요. 그 모습을 들킨 덕분에 바이올린은 그만 두게 됐죠. 제가 드럼을 시작한 건 부모님 입장에서 오히려 다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지도 몰라요. 아들이 음악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셨을 테니까요. 드라마 촬영도 즐겁지만 저는 연주가잖아요. 손이 조금씩 굳어가는 기분이 들어 불안했어요. 촬영만 마치면 연습실에 박혀서 죽을 것 같이 드럼만 칠래요.(웃음) 앞으로 일본에서 활동 계획도 있고 음악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자 이현재 “사랑한다면 숨기지 말고.”
장도일은 방우경(김정민)을 좋아했다. 하지만 방우경은 권지혁(성준)을 바라봤다, 그것도 몇 년 씩이나. 장도일은 방우경에게 향하는 자신의 시선이 들통날까 말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가슴앓이를 겪었다.
“저는 숨기지 못해요. 좋아하면 말도 많아지고 티가 나요. 그 점은 도일이하고 많이 다르죠. 그렇다고 막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편은 아닌데…. 저는 감정이 드러나는 편이에요. 헤어질 때도 조심스럽지만 억지로 감정을 끌고 가지는 않아요.”
개인적인 질문이 이어져 “조금 예민한 질문일 수도 있어요”라고 양해를 구했다. 시나리오대로 라면 “조금 봐 달라”는 멘트가 나와야 하는데 “예민한 질문 없어요. 편하게 말씀하세요”란다. “꾸밀 것도, 숨길 것도 없다”며 두 손을 쫙 펴 보이는 이현재의 반전에 움찔했다.
“태어난 건 인천인데 자라기는 경기도 이천에서 자랐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이천에서 살아서 고향을 물으면 저는 이천이라고 말해요. 정말 시골이었거든요. 풀밭에서 친구들하고 뛰어놀았어요. 도시에서 산 아이들하고는 차원이 다르게 놀았죠.(웃음) 지금 생각해 보면 다행이에요. 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건만은 분명하니까요.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여러 가지가 어른들을 따라가더라고요. 식성이나 생각하는 거나.(웃음)”
#배우 이현재 “사랑한다면 사랑한다고.”
‘닥치고 꽃미남 밴드’에서 장도일은 말했다. “밴드가 싫은 게 아니고 연예인으로 살 자신이 없다”고. 현실의 뮤지션 이현재도 말한다. “정말, 정말 감사한데 아직도 저를 좋아해주는 분들을 보면 적응이 안된다”고 말이다.
“고등학교 때 길거리 캐스팅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연예인이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꿈을 가져본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또 그 때 저는 한창 재즈에 빠져있을 때라 더더욱 생각도 안했죠. 재즈하는 사람들이 제일 멋있게 보였던 때에요. 속으로 유학을 다녀와야겠다, 정말 멋있는 연주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미안하지만 이현재는 어디에서든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정작 본인은 자신의 평범한 성격 덕분에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살 수 있을 거라는 부질없는 기대를 하고 있지만 말이다. 보통의 사람이 그렇듯 ‘사랑한다’, ‘좋아한다’, ‘고맙다’는 기본적인 감정표현에 서툰 이현재는 ‘닥치고 꽃미남 밴드’에 함께 출연한 그룹 인피니트의 멤버이자 팬서비스에 능한 엘을 보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처음에 오글오글해서 못했는데 이제 좀 잘하는 거 같아요. 손도 흔들고 사랑한다는 말도 한다니까요.(웃음) 제가 ‘여러분, 앞으로 선보일 음악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응원해주세요. 사랑합니다’라고 할 수 있는 건 엘을 보고 배워서에요.(웃음)”
 
이현재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연기와 음악이라는 갈림길에서 고민을 하고 있겠다는 짐작을 했다. 그래서 드라마 ‘컬러 오브 우먼’에서 만난 배우 성동일이 좋은 건 인간적이기 때문이고 ‘닥치고 꽃미남 밴드’에 출연한 건 밴드 드라마였기 때문이고 지금 당장하고 싶은 일은 연주자로 무대에 서는 것이라는 말은 의외였다. 그리고 다른 종류의 확신이 생겼다.
지금 이현재가 서 있는 곳은 모호한 경계선이 아니라 음악이라는 홈그라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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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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