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를 앞둔 SK 마운드가 조금씩 그 베일을 벗고 있다. 오는 4월 7일 시즌 개막이 3주 앞으로 성큼 다가 온 만큼 개막전 투수 엔트리에 포함되기 위한 주전 경쟁도 사실상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SK는 지난 14일 투수 신승현을 2군으로 내렸다. 이에 이만수 감독은 "제구가 아직 잘되지 않는다. 당분간 내려가서 제구력을 찾는데 주력하라고 지시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아직 선발 후보에서 탈락한 것은 아니다. 경기를 해야 하는 1군은 빡빡하게 돌아가니 2군에서 마음 편하게 조정을 하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구도상 신승현의 2군행은 선발 경쟁 탈락을 의미하는 것이다.

SK는 5인 체제 선발 로테이션으로 시즌을 운용할 계획이다. 이 중 선발 두 자리는 이미 낙점이 끝난 상태다. 아킬리노 로페즈와 마리오 산티아고 2명의 외국인 투수가 이미 스프링캠프 전부터 내정됐다. 남은 세 자리를 놓고 국내 투수들이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SK 코칭스태프가 그리는 최상의 조합은 우완 3명과 함께 좌완과 사이드암 투수가 1명씩 로테이션에 들어와 주는 것이다. 신승현의 피칭 유형이 사이드암이라는 점에서 약간 처진 사이드암 이영욱, 언더핸더 박종훈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결국 상대적으로 신승현이 비슷한 피칭 유형 투수 중 가장 컨디션이 떨어진다고 본 것이다. 신승현이 탈락했으니 남은 투수는 윤희상, 박종훈, 김태훈, 박정배, 이영욱, 임치영 6명. 이제 큰 이변이 없는 한 이 6명이 시범경기에서 3자리를 놓고 선발 경쟁을 펼이게 된다. 2 대 1의 싸움이다. 이는 중간 투수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이 감독이 "선발 투수 후보 중 1~2명은 중간 투수로 쓸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지난 15일 대구 삼성 연습경기를 마친 후 "임치영이 신인이라 긴장을 많이 한 탓인지 오른쪽 종아리 근육통을 호소, 자진 강판했다"면서 "경미한 통증이라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만 시즌 중에도 이런 일이 발생해 급하게 투수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1~2명의 선발이 더 필요하다. 6선발과 7선발까지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경험이 거의 없는 선발진을 구성해야 하는 고충이 고스란히 담긴 말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우리 선발진은 로페즈를 제외한 4명이 모두 새로운 투수로 구성된다. 그런 면에서 미지수"라며 "항상 그 뒤를 받칠 수 있는 투수 1~2명이 필요하다. 2군에서 올려도 되지만 중간 투수로 뛰게 하며 임시선발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운용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따라서 선발 후보 6명은 동시에 중간 투수와의 경쟁에도 나서고 있는 셈이다. 불펜 투수 후보로는 정우람, 박희수, 임경완, 이재영, 최영필, 최원재 역시 6명이다. 중간 투수가 6명으로 구성되는 만큼 선발 후보에서 탈락한 3명 포함 9명이 6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이 감독은 "되도록 선발 투수는 젊게, 중간 투수는 경험이 쌓인 베테랑들로 꾸미고 싶다"고 살짝 마음 속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우람, 박희수, 임경완, 이재영 4명의 경우는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힌 상태. 마무리 엄정욱이 시즌 때까지 돌아오지 못할 경우는 정우람이 마무리로 나선다. 결국 남은 2~3자리를 두고 역시 2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하는 것이다. 과연 이만수 감독이 첫 지휘봉을 잡고 내놓는 개막 마운드가 어떤 위용을 갖출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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