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이 되는 것은 모두 버렸어요. 컴퓨터 휴지통에 넣고 ‘삭제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예를 클릭하듯이”.
4번 타자라기보다 네 번째 타자라는 말로 부담감 없이 좋은 타격을 하길 바랐다. 롯데 자이언츠의 새로운 4번 타자 홍성흔(35)이 “부담감은 모두 포맷 중이다”라는 말로 좋은 한 해를 꿈꾸고 있다.
2009시즌 프리에이전트(FA)로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한 이래 홍성흔은 세 시즌 동안 3할4푼1리 45홈런 247타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특히 2010년에는 시즌 막판 부상으로 결장이 잦았음에도 3할5푼 26홈런 116타점으로 홈런-타점 면에서 커리어하이 성적을 올렸다.

2010년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이대호(오릭스)와 함께 타격 부문 수위권을 지키던 홍성흔인 만큼 그 잔상을 잊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은 롯데의 새 4번 타자인 만큼 ‘30홈런 이상’과 ‘100타점 이상’을 홍성흔에게 덕담으로 건넨다. 그러나 그것이 홍성흔 본인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4번 타자라기보다는 그냥 ‘네 번째 타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직무에 대한 과한 책임감을 갖기보다 기본적으로 팀에 내가 공헌해야 할 것들. 개인 기록보다 마음을 비우고 팀을 위한 희생 정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시즌 동안 열심히 한 과정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스프링캠프 동안 홍성흔은 2010시즌 못지않은 파워배팅을 위해 노력했으나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으며 밸런스가 맞지 않아 고생하기도 했다. 다시 컨택 능력 배가 쪽으로 노선을 재변경한 홍성흔은 지난 14일 두산과의 연습경기서 상대 마무리 스콧 프록터의 슬라이더를 밀어쳐 타구질이 좋은 우전 안타를 만드는 등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아, 그 장면.(웃음) 4번 타자라고 내 마음 속 역할을 한정짓기보다 중심타자로서의 마음을 갖고자 해요. 안타를 많이 치고 득점권에서 정확한 타격을 하는 것. 홈런과 타점보다는 후속 타자에게도 좋은 찬스를 연결해주는 컨택 타격을 하겠다고 생각을 갖게 되니 지금은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사실 홍성흔은 1999년 프로 데뷔 후 짝수해에 성적이 좋은 경우가 많았다. 두산 시절이던 2004년 홍성흔은 165안타를 때려내며 데뷔 후 처음으로 계량 부문 타이틀 홀더가 되었고 2008년에는 3할3푼1리의 고타율로 타격 2위에 오르며 2007년 말 맞았던 선수 생활의 위기를 스스로 극복했다. 2010년에도 부상이 아니었다면 30홈런-120타점 이상을 노릴 만 했던 홍성흔이다. ‘짝수해에 더 잘 되었던 것 같다’라고 상기시키자 홍성흔은 기억을 떠올린 뒤 맞장구쳤다.
“듣고보니 정말 그렇네.(웃음) 그 이야기를 들으니 더 느낌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몸 상태도 만족스럽고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러닝이나 단체 훈련 시에도 젊은 선수 못지 않게 뛰기 위해 노력 중인데 그 느낌이 정말 좋네요”.
그는 이야기를 맺으며 구체적인 목표는 밝히지 않았다. “20홈런-80타점 이상을 내심 생각했었다”라고 이야기한 홍성흔은 마침 앞에 있던 컴퓨터를 가리키며 “그 목표 휴지통에 넣었다”라며 웃었다.
“20홈런-80타점 이상을 기록하겠다, 나는 4번 타자다. 언젠가부터 몸을 무겁게 만들던 개인적인 목표들은 휴지통에 넣었어요. 포맷했다고 보시면 됩니다.(웃음) ‘이 파일들을 지우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예’를 클릭하고.(웃음) 나 자신의 개인기록을 앞세우기보다는 내가 팀을 위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더욱 잘 살리면서 네 번째 타자로 나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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